형제 인연도 끊기고
현재 연락하는 가족은 단 한 명, 어머니 뿐입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혼자 열심히 공부해서
그럭저럭 괜찮은 회사에 들어갔고, 현재 34살인데 돈도 열심히 모았어요.
한 1.3억? 대부분 집 보증금에 들어가 있습니다.
외모관리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돈 모아서 해외여행도 다녀요.
그런데 365일, 24시간 저를 깔고 있는 그늘이 지워지질 않습니다.
우환있는 사람처럼… 예를 들어 제가 암을 앓고 있는 것처럼요.
해외 멋진 곳을 봐도, 좋은 음식을 먹어도, 친구들과 놀아도 그때 뿐입니다.
그 순간을 온전하게 즐길 수가 없어요.
환갑 넘으신 어머니가 찜질방에서 돈을 버시느라…
주말에도 서로 시간이 안맞아서 못 만납니다.
어릴 때 워낙 집이 난장판에 경찰 신고먹는.. 그런 집이었어서 서로 살갑게 대하지도 못하고요.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이 단 한명이라도 있으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거의 매일매일 합니다.
내가 어머니를 부양하고 싶어도, 서울 원룸에 반전세로 겨우 사는 제가 당장 어머니보고 일 그만두라고 하기도 어렵고요..
직장에서 치이고, 사회에서 치이고 집에 오면
누군가 내 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합니다.
결혼하면 좀 나아질까 싶은데 결혼에 대한 자신감도 떨어져요.
전 남친이 저보다 조금 더 좋은 대학을 나와서 더 좋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다 좋은데 제 조건이 좋지 않아서 결혼을 못하겠다는 식으로 해서 헤어졌습니다.
그 이후에 정말 많이 방황하고 지하철에서 눈물 뚝뚝 흘리면서 퇴근했어요.
나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의 잘못도 아니다, 그 사람이 못된거다….라고 되뇌이면서도
그래도 우리 집이 부모님 다 계시고 사회 평균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 겁니다.
최근 사귄 남자친구는 몰랐는데 아버지가 회사 사장님이더라고요..
(그냥 회사에서 만났는데 나름 대기업이라 다들 유복합니다…)
그때부터 벌써 우리는 잘 안될거야 라는 생각만 듭니다.
남자친구가 해외여행을 다녀왔는데, 아버지가 직접 데리러 차 끌고 공항까지 오신다고 하더라고요.
가족 단톡방에 매일 사진을 보내면서 여행 얘기도 공유하고…
사소하지만 나는 결코 가질 수 없는 그런 일상을 볼 때마다 미치도록 부럽고, 나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렇게 듬뿍 사랑만 받으면서 유복하게 큰 사람이 과연 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저 사람의 가족은 과연 날 받아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작아지고 우울해요.
전남친에게 집안 때문에 차여봐서 이번 남친에게는 저의 사정을 솔직히 말할 엄두도 들지 않아요.
최근 어떤 기사를 보니까 아동기의 가족관계가 80대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하버드 연구팀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
그럼 나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이 근원적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우울한 생각이 저를 지배합니다.
사실 취업하기 전 백수시절에도 비슷한 고민을 82쿡에 올렸었다가 위로를 받은 기억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그때는 취업하면 뭔가 달라지겠지 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버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