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당근에 나온 알바도 해봤어요

1년동안 자격증 공부하면서
살았더니,
가뜩이나 친구도 없던 제주변이
눈쌓인 절간처럼 고요하기만 하더라구요.

전화오는곳도,
전화 할곳도 없으니
제가 머물다가 일어선 자리위의 먼지까지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것같이 
제주변은 늘 조용했어요.

그러다가,
당근에서 집청소, 정리정돈에 탁월한분을
구하는 글에 지원을 했어요.
총 20명이 지원했고,기대도 하지않았는데
월요일인 내일부터 와보라고 해서
갔어요.

공동현관앞 벨을 누르고
한참 울리는 벨소리에 제 심장도 두근두근.

그렇게 해서 문이 열리고
도착해서 들어가보니,
50평짜리 아파트였어요.
중문까지 걸어가는 현관이 진짜 길고 크더라구요.

첫날은 온집안의 유리창청소.방충망청소
그 50평집안에 있는 모든 유리는 전부 신문지와 극세사.
세제를 이용해서 전부 닦고,틈새및, 몰딩전체를 다 닦았습니다.

둘째날은, 화장실청소및, 온집안의 문짝들 물걸레질후 마른걸레질하기.
메인주방과, 보조주방 전부 청소하고 서랍들 모두 닦고 용도에 맞게
다시 완전정리해두기.

세째날은 콘센트마다 닦아두고, 의자및 물건들 다 닦아두고 
책정리및..신발장닦고 정리해두기
그동안 버려진 걸레들과 신문지들이 몇박스씩 나갔고
묵은 때들을 벗겨낸 철수세미들이 많이도 버려졌어요.

방마다 상당히 많은 짐들이 방치된채
먼지를 뒤집어쓴 모습들이 상당히 오래전부터
비워진집이라는게 보였고,

유행이 한참지난 비싼 의자, 장식장, 그릇들.레이스달린 옷들.
세월이 어느 한순간에서 멈추어있는 넓은 집의 베란다는
타일이 군데군데 깨져있고, 
햇빛밝은 아침 9시에 가서, 해저무는 5시20분까지 있다보면
음영이 깃든 그 조용한 집이 갑자기 무서워집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탁자 여기저기 나뒹구는 진단서들이
생전에 병원에서 받았던 병명이고
이미 고인이 되어 오래전에 빈집이 된 집이었더라구요.

일잘한다고,
내일 또 와달라고 해서
그렇게 사흘을 가서 정리할때
짐이 어쩌면 그렇게 많은지 그것도 놀랍지만
현관이 어쩌면 그렇게 크고 긴지.
제 평생에,,
아마 그런 큰 현관은 두번다시 만날일이 없을것같아요^^
또 어마어마하게 많은 유리창들.
50평이 참 큰집이었어요^^

어쨌든 제가 처음 알바한집이
그냥 우리집을 쓸고닦듯 하면 될줄알았는데
디테일하게 모서리들을 청소하고 왔습니다.
정말 청소의 정석을 다시 배운것같아요.

당근에 첫도전을 한집이
고인의 집^^
저녁이면 베란다창문너머로 노을이 붉게 지고
불켜진 거실인데도 그늘이 지면
얼른 집에 가고싶어지게 등에 한기가 들던집이
마무리가 다 끝난뒤 
집주인분이 이 세상에 안계신다고..

제 첫알바.
사흘동안 나가서 열심히 일하고 받은 돈 24만원.
더없이 소중한 돈의 크기였어요^^
솔직히 일 못한다고 오지말라고 하면 어쩌나 했는데
집안의 먼지를 닦아내는동안 
마음속에 쌓이는  여러 상념들.
겹겹이도 쌓입니다.
사실 그 마음속에 쌓이기만 하는 
생각들 벗어버리려고 간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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