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자칭 전문가들

책을 꽤 자주 사는 편인데 요즘 출간되는 책이 참 많아요.
저는 논픽션 좋아하고 심리학이나 경제학, 마케팅 쪽도 좋아하고, 소설은 가끔 사요. 에세이도 좋아하고.

이런 저런 신변잡기 묶어서 마케팅 잘 해서 책 내는 경우가 꽤 있어요. 그나마 저자가 좀 이력이 특이하거나 특정 분야 전문가라면 그런 부분 부각해서 마케팅 포인트 잡아서 내더군요. 외국 도서는 번역과정에서 그래도 한 번 걸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요즘은 독립출판이니 1인 출판사니 해서 화제된 책들 보면 응? 싶은 것들도 꽤 있어요. 뭐 그래도 시류에 맞으니 화제가 되고 팔리나보다 싶긴 한데.

전문가라는 분들 중에 실제로 전문가가 아니라 인터넷 많이 본 자칭 전문가가 요즘 너무 많아요. 이런 사람들은 블로그나 기고문으로 적당히 이름 알리고 그 다음은 책 내서 작가 타이틀 얻고 또 여기저기 패널로 나가거나 기고 강연 등 해서 돈도 벌고 그런 과정을 거치던데, 실제로는 전문가라고 부르기보다 덕후나 애호가 수준인 사람들이 많아서. 특히 남자들의 취미 분야인 오디오, 음악, 사진, 술, 자동차, 이런 쪽에 자칭 전문가 많아요. 주류회사에서 술 개발하는 사람, 미국 공대서 박사 박사후 과정 마치고 자동차 엔진 설계하는 엔지니어, 상업사진으로 국내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 이름 있는 음악가, 이런 사람들이 제 친구들인데 아무도 책 안 써요. 특정 분야 글에서 우리나라에 첫 손에 꼽히는 선배들도 책은 안 썼네요 그러고보니. 책 낸 사람들은 다 본업 따로 있고 취미로 하는 사람들. 

취미로 책 못 쓸건 뭐냐 싶은데 정보의 정확도가 큰 문제에요.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많은 경우에 본인이 틀렸는지 맞는 지를 몰라요. 어떻게 검증해야되는 지도 모르고. 내 느낌적 느낌이 사실인 것 마냥 글을 써요. 혹은 하나마나한 애매한 소리를 하게 되거나. 이 앨범은 마치 이 장르를 정의내리는 듯한 앨범이다. 첫 문장을 그렇게 쓰면 아 이 장르의 대표적 특징이 이러저러하니 이 앨범이 그 부분을 잘 살렸다는 말이구나, 구체적으로 앨범 안에서 어떻게? 하고 다음 문장을 기대하잖아요? 그런데 다음 문장은 물기먹은 수채화 어쩌고 하는 애매모호한 소리로 감상을 뭉개고 끝. 장르의 전문성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글쓰기 훈련도 안 된 거죠.

제 분야도 가끔 언급되는데, 한 문장 안에도 틀린 정보가 너무 많아요. 그래도 독자들은 대부분 팬들이라 그런지 특별히 비판을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뭐 웃자고 쓴 글인데 죽자고 달려느냐 그런 것인지. 비윤리적인 글들도 팬들은 적당히 그러려니 해주고요. 심지어 본인은 토렌트로 다운받아 보고나서 괜찮은 영화만 구매한다고 블로그에 당당히 적어놓은 작가도 있더군요. 

보다보니 눈이 썩는 것 같은 글도 많은데 특히 여자 관련한 저속한 표현들. 그리고 본인이 아직도 젊은 줄 아는 작가들도 있고. 나이가 낼모레 환갑인데 아직도 본인이 여자들한테 잘 먹히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지인들 통해 만나본 사람들 다수가 일정부분 환상 속에 사는 것 같은 느낌. 

그러고보면 애초에 진짜 전문가들은 책을 쓰는 게 쉽지가 않을 것 같아요. 뭐라고 한 마디 하려고만 해도 그 맥락이 너무 복잡하고 이걸 어디서 어디까지 설명을 해야 일반인들이 알기 쉬울까 고민도 되고. 그러니 차라리 책을 누군가 써주는 게 좋은 일인가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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