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헤어질 결심...세 번쯤 보니 이해가 돼요 (스포)


다 쓰고 보니 글이 길어요ㅠ



대략 줄거리는 알고 영화보러 갔는데요

그래도 갑자기 자살로 마무리되는게 생뚱맞았거든요

그런데 여러번 보고 나니, 밀도가 장난 없네요

보면 볼수록 더 많이 이해가 돼요



서래의 대표색은 파란색

옷도 대부분 파란색이네요

집의 벽지도 바다물결, 파란색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서래는 바다를 상징하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장면은 해준이 서래의 집에 찾아 갔을 때

노란 블라우스를 입고 앉아있는 서래

해준을 올려다 보는 장면이 너무나 농밀합니다

이 남자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여자의 표정

남자 여자의 케미 장난 없어요

해준이 벨트 푸는 듯한 장면에서 남녀간의 긴장이 살짝 도네요

물론 그날 밤은 별 일 없었지만요



둘은 완벽한 한쌍이구나 싶었던 장면

피의자가 추락사하는 장면을 보게 된 해준에게

아내의 반응은, 뭐 그런 회사가 있냐 정도의 반응

그에 반해 서래는 그 사건이 있었던 날

해준이 잠 못자게 될 것을 걱정하며 급히 해준의 집을 찾아 갑니다

왜 왔냐고 묻는 말에, 재워주려구요 라는 말

그리고 벽에 가득 붙어 있는 사진을 떼어 버려요

해준을 불면으로 이끌 그의 의식 속 미결사건을 깨끗이 지워주려는 모습요

그리고 잠 못드는 그를 위해, 해파리 수면유도를 하며

다정다감하게 해준의 숨결을 맞추어 줍니다

해준의 깊은 잠을 바라는 마음


처음 시작에서는 단정하게 머리를 묶고 여성성을 드러내지 않았는데

절에서의 데이트에서 처음으로 머리를 풀고 있어요

자신의 의식세계 안에서 남자로 인식되는 대상이 생겼음을 말하는 거죠

스킨쉽도 굉장히 친밀해져 있어요

그 전 날, 유도수면 하고 어떤 일이 있었음을 유추해볼 수 있어요



처음 봤을 땐, 맥락이 끊긴 듯 뜬금없었다고 생각했던 자살

영원히 미결로 해준의 마음에 남기로 결심한 시점에 대해

당신이 피의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해준의 말에

서래는 모든 희망을 잃은 듯 보이는데요

결심한 듯 마지막 키스 이후에 원래 있었던 대화

스킵되었던 대화 부분이 서래가 바다에 묻히기 직전 흘러 나오죠

'' 벽에 내 사진 붙여놓고 잠도 못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해요''


피의자가 죽으면, 그 사건은 미결이 되고

미결사건의 사진을 벽에 붙여 두고

그의 의식 안에 떠 다니게 되는 걸 알기에, 자살로 영원히 미결로 남겠다는

자살은 돌발행동이 아닌, 호미산에서 이미 마음을 굳힌 듯 보입니다



마지막 묻히는 바다 풍경이 이색적인데요

그냥 해변이 아닌, 암석으로 된 작은 바위 산도 함께 있어요

감독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의도적으로 함께 넣었다고 말하던데

그녀의 의식 세계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산과 바다, 사랑이라는 산을 넘어 내려와 바다로 향한다는 설정이

그녀의 발걸음에 그대로 담겨 있어요

죽기 전, 그 암벽 산을 바라보는 서래는, 자신의 삶과 사랑을 마지막으로 반추하는 듯 합니다

감독은 서래의 의식 자체였던 산해경을, 죽음을 이루는 장소에서도 그대로 재현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왜 서래가 바다에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나에 대해 든 생각인데요

서래는 녹음해 두었던 해준이 했던 그 사랑의 말들을 셀 수 없을 만큼 많이 듣고 또 들었죠

삶이 고통스러울수록 사랑받았던 기쁨은 극대화되는 대비현상

''그 핸드폰은 깊은 바다에 버려요''

그 말을 반복해 들으며 사랑받음의 기쁨, 희열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해준의 이 말이 결국, 그녀의 의식을 완전히 잠식해 버렸다고 보이네요

그녀의 의식 안에, 깊은 바다에 버리는 것은 사랑으로 동일시 되어 버렸고

그녀 스스로를 깊은 바다에 버리도록 만들어 버린듯 합니다

그 말이 그녀에게는 사랑이기에, 그 말의 실현은 사랑의 실현으로 잠재화되어간 것 같네요

결국 해준의 사랑의 말은, 서래가 해준에게 한 마지막 말과 같죠

''그 핸드폰을 깊은 바다에 버려요''

이 문장은 그녀에게 종교예요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깊은 그들만의 사랑의 표현

해준의 말과 서래의 말은 수미쌍관으로 끝없는 순환을 이루고 있네요

영화 자체가 하나의 아름다운 시로 형상화된 듯 합니다

확대해서 보면 무언가 나오고 또 확대해서 보면 무언가 계속해서 나오는

계속 새롭게 새롭게 달라지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영화같아요

그리고 탕웨이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이 영화는 존재하지 않을 듯 하네요

고혹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독특한 억양, 깊은 눈빛

특히 해준이 마지막으로 서래집에서 이별할 때 눈빛이랑

빨간옷 입고 철썩이한테 학대당할 때 눈빛, 완전 다른 사람같아요

감독이 탕웨이 캐스팅에 사활을 걸었다던데...이해됩니다

탕웨이는 감독들의 뮤즈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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