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제가 사는 곳은 낡은 단독주택이라
때론 봄바람도 느껴지는 연약함을 가졌어요
제 틀어놓은 물소리 땜에 누가 대문이나 현관을 발로 차는데 못 들었나 싶어 쿵쿵 쿵쿵 이게 뭐지 하면서 당황해 나갔는데 제 집 마당과 맞붙은 빌라 주차장에서 부부싸움이 난 거예요
무슨 일인지 차문 여닫고 발로 차고 소리 지르고 그게 그렇게 심각하게 일요일 오후 고요하고 적막한 동네를 온통 뒤흔들도록 말이죠
두 부부는 죽자살자 서로 고함을 지르는데
뭐 지랄?너 지랄한다고 했어? 죽여 죽여라 등등
그런데 딸인 여자아이 우는 소리
엄마 그러지 마세요 엄마 하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
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엄마 엄마 하지 마세요
사정하는 아이 목소리에 갑자기 제가 눈물이 핑 돌고 심장이 쿵 내려앉는 거예요 그냥 뭐라 말할수없이 비누거품이 아직 채 닦이지 않은 제 얼굴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그만큼 아이 상황과 목소리가 너무 애처롭고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동네 분들도 각 집에서 내다보고 계시더라고요
그래도 싸우기를 계속
저라도 개입해야 하나 이걸 뭘 어떻게 하지 하는데
누군가 지켜보던 분이 계셨는지
아이가 하지 말라지않습니까 그만들 하세요 아이 앞에서 그러지 마세요 울잖아요 하는데...
순간 소리들이 멈추고
차문 쿵쿵 잠시 후 차를 타고 떠나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저도 엄마아빠가 싸웠던 아이시절이 있고 82에 오면 어린 시절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이야기해주는 글들도 떠올라 그랬는지 어쩔 줄 모르는 그 시절 그 아이로 잠깐 돌아간 것 같았어요
오늘은 그냥 삶에서의 해프닝이길
깊게 상처받지 말았기를 잊기를 행복하기길
누군지도 모르는 그 아이의 목소리가 맴돌아
그 쪽에 대고 저도 모르게 손을 꼭 모아 기도헸어요 나는 네가 행복했음 좋겠어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