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평생 고기를 멀리하던 제가 고기에 눈 뒤집혔던 적

50년 넘게 고기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싫어했어요 
남들이 고기를 칙~ 불판에 구울 때 침 삼키고 얼굴에 화색이 돌 때 왜 그런지 이해를 못했어요 
고기 냄새도 싫고 비주얼도 싫고 고기를 보면 살아생전 모습도 떠오르고 ㅠㅠ 씹을 때 입에 남는 결들의 식감도 싫고…
더더 싫어하는 건 물에 빠진 고기류.. 설렁탕, 갈비탕, 곰탕, 도가니탕 등 온갖 탕탕탕
그런데 웃긴 건 제가 고기 요리는 잘해서 간도 안보고 맛도 안보고 코막고 해도 맛있어서 가족들이나 손님들이 대장금이냐고 ㅎㅎ


그랬던 제가 살면서 딱 두번 고기가 미친듯이 땡긴 적이 있어요 
한번은, 첫아이 임신했을 때
어느날 불현듯 설렁탕이 생각나는거예요 
그때까지 먹어본 적이 없던 설렁탕이 땡기는게 신기했지만 어쨌든 이유가 있을거란 생각에 식당 찾아가서 배부르게 먹었는데 평소 느끼던 고기 비린내도, 어떤 거부감도 안들고 술술 넘어가고 심지어 고소하기까지 한거예요 ㅎㅎ
그러더니 며칠 후에는 눈 앞에 생고기들이 둥둥~~
임신기간 동안 양념한 고기도 말고 생고기에 소금 후추만 찍어서 밥도 없이 앉은 자리에서 2-3인분씩 엄청 먹어댔죠 
그런데 아이 출산하고 나니 다시 고기 냄새도 싫고 보기도 싫고… 원상복귀 


두번째로는 운동하다 넘어져서 금이 간 정도가 아니라 뼈가 완전히 두동강이 났을 때
임신 때 고기 땡긴 후로 고기를 잊고 산지 20년… 기브스 하고 며칠 뒤 갑자기 고기가 땡겨서 남편에게 고깃집 가자고 했어요 
마침 집앞에 유명한 갈비집이 있어서 들어가서 밥도 말고 반찬도 말고 오직 고기만 쌈싸서 한쟁반 먹고 나왔죠 
배 두들기며 얼마나 행복하던지 
이후로 뼈가 붙을 때까지 두달여동안 일주일에 세번씩 근처 고기집을 다 섭렵했어요 
등심, 새우살, 안심, 안창살, 살치살, 토시살, 갈비,… 세상에 고기가 버터 저리가라 입에서 녹으며 찰싹찰싹 달라붙고 맛있던지 ㅎㅎ
그렇게 먹다 뼈가 붙고 다 나으니 다시 고기랑 빠이~ ^^


밑에 몸이 안좋을 때 느끼는 신호에 대한 글과 소고기 먹고 든든했다는 글을 읽으니 생각나서 적어봤네요 
몸이 시키는대로, 몸이 하소연하는대로 따라주는게 제 사는 방식인데 한때 그렇게 커피를 3년 끊은 적이 있어요 
하루 4-5잔씩 마시던 커피가 목에서 넘어가질 않아서 … 3년 후엔 다시 즐겁게 마셨고요 
몸의 소리에 귀기울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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