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베르사유의 장미 애니 꼭 보세요.


왓챠. 라프텔. 티빙에 있어요.
전 왓챠에서 다 봤는데
가입후 이주동안 무료로 볼 수 있어요.
원작 만화만 보고 애니 안보신 분들.
어릴때 보고 나이들어 안보신 분들.
꼭 다시보세요.
드라마.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에요.
원작만화는 어릴때봤는데 이십대부터는 손이 안가더라고요.
다시보면 오글거리는 부분도 많고요.
애니는 쓸데없는거 다 삭제하고
개그코드나 오글거림도 없고
성인용 대하드라마로 잘 만들었네요.
진짜 띵작입니다.

이게 감독이 중간에 바뀌면서 그림체. 내용. 연출이 싹 달라지고
대작으로 바뀌어요.
초반은 진짜 아동만화 그 자체.ㅜㅜ
원작에 없던 온갖 음모사건까지 추가시키면서
질질 끌다가 19화부터 데자키 오사무가 감독을 맡으며 달라집니다.
그림체도 아름답고 배경도 진짜 좋아요.

원작 보셔서 내용 아는 분들은 19화부터보시든가
시간없으면 25화부터 보셔도 좋아요.
여기서부터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원작 안보셔서 내용 모르는 분들은 1화 보시고
중간중간 건너뛰면서 내용 파악만 하시다가
19화부터 보시면 되겠습니다. 정주행하셔도 나쁘진 않고요.

원작 모르는 분들은 정주행하면
한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일대기를 본 기분이 드실겁니다.
kbs더빙판이 제일 좋은데 이건 볼 방법이 없어요.
대원 비디오판은 성우진이 여자는 스컬리하신 분,
남자는 하니 홍두깨선생님인데 전 별로....
이분은 스컬리엔 딱이었는데 오스칼엔 안어울리는것 같아요.
무엇보다 번역이 이상합니다.
오스칼 성이 자르제인데 조르주라고 하고, 제로델은 제럴딘이라 부르고.
부하한테 갑자기 존댓말하고.ㅠㅠ.. 번역 누가했냐.
제로델은 50대 아재 목소리고.

원작 애니는 일본 성우진이 다 괜찮은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오스칼 목소리가
제가 생각하는 오스칼 목소리와 흡사하네요. 연기도 훌륭하고요.

여기서부터는 스포. 원작 안보신 분들은 뒤로가기. 애니내용 스포 싫으신 분들도 뒤로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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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의 오스칼은 철인이나 초인같은 느낌이 있어요. 당당하고 강인하죠.
애니 오스칼은 더 내성적이고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입니다.
감정표현을 잘 하지 않고 더 많이 고뇌하고 흔들리는
평범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줘요.
그래서 더 친근감있고, 더 안쓰럽고 애잔하네요.

원작이 오스칼이라는 영웅찬가라면,
애니는 고뇌하고 때로 방황하기도 하면서 치열하게 살다간
한 인간, 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혁명에 참여하는 것도 원작은
오스칼이 마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처럼 그려진다면,

애니는 혁명의 주동자가 아니라,
혁명에 참여한 수많은 민중들 중의 한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대귀족이라는 특권을 내려놓고, 혁명에 참여하기까지,
대귀족에서 민중의 한 사람이 되기까지 그 과정이 꽤나 섬세하게 그려져요.
초반부터 데자키감독이 맡았으면
10대나 20대시절도 더 깊이있게 다뤘을텐데 아쉽네요.

죽을때도 원작에선 부끄럼없이 살았다.
인간으로서 이 이상 기쁨이 또 있을까? 그러면서
일장연설을 하고 죽죠.
총맞아서 말은 못하지만 독백으로 연설을 합니다.ㅎㅎ

애니에선 그냥 쉬고 싶으니 바닥에 내려달라고 하고,
앙드레와의 첫날밤, 앙드레 얼굴을 떠올리고 죽어요.
단 한마디. 아듀.만을 남기고요.
장황하게 연설하고 죽는것보다 이게 더 좋네요.

그리고 큰 차이가 원작엔 바스티유에 백기가 걸린걸 보고 죽어요.
자유. 평등 박애. 이 이상이 인류의 영원한 초석이 되기를.
프랑스 만세. 멋있게 외치고 사망. ㅎㅎ

애니에선 바스티유 함락을 못 보고 죽어요. 안녕. 하고 눈감고.
1789년 7월 14일 오스칼 프랑소와 사망.
1시간 뒤 바스티유 함락되다.

이렇게 자막이 나옵니다.
전 이게 더 좋았어요. 인생이 그렇잖아요. 보고 싶은거 다 보고 죽을 순 없죠.
이루고 싶은걸 다 이루고 갈 수도 없는거고.
그리고 큰 테두리에서 보면 바스티유 함락이
오스칼에게 중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중요하긴한데 인생 전체에서 볼땐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바스티유가 함락이 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고
내가 혁명에 참여를 하는가, 마는가가 중요한거죠.
바스티유 함락이 실패했다고 해도
오스칼은 민중의 한 사람으로서 혁명에 참여했고
민중에게 총을 겨누는 비겁자가 되지 않았고, 그걸로 된거죠.
거기에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앙드레도 원작에선 오스칼이 맞을 총을 대신 맞고 죽는데,
애니에선 참으로 허망하게 죽어요.
감독이 인생이 원래 허무한거야.
라고 끝없이 말하고 싶은듯.ㅎ

난 죽지 않아.이제부터 시작인데. 너와 나의 사랑도.
새로운 시대의 시작도. 다 이제부터 시작인데.
이렇게 말하고 눈뜬채로 사망.ㅠㅠ

앙드레 캐릭터도 업그레이드 됩니다.
원작 앙드레는 뇌구조가 오스칼이 99프로인 인간이라면
애니에선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고 명확한 시대인식을 가진
지적인 남자로 나와요.
베르날이 함께 혁명하려고 스카웃하려고 할 정도.ㅎ
원작에선 구체제의 모순을 느끼는게
자기가 평민이라 귀족인 오스칼한테 대시도 못하고.
이 죽일놈의 세상.  신분제 싫어!
이러면서 모든게 오스칼 테두리에서 벗어나질 못한다면
애니는 깨시민으로서의 앙드레를 잘 보여줍니다.
오히려 귀족인 오스칼이 점점 깨어나고,
마지막에 민중의 편에 서도록 인도하는 인도자같은 역할을 해요.

또 거부감을 주는 강간미수, 살인미수장면.ㅠㅠ.
전에 82에서 제가 댓글로 강간미수.살인미수했다고
앙드레 욕하는 댓글 달았었는데.ㅎㅎ

애니엔 살인미수 장면이 빠지고요.
강간미수도 원작에선 페르젠에 대한 질투심으로 폭주하며 날뛰는 느낌이라면
애니에선 너무 긴 세월 억누르며 살다가 자기도 모르게 정신줄 놔버리고
옷 찢은 후, 자기도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느낌이에요.
내가 돌았나?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지? 그런 느낌.
그래서 용서가 됩니다.

전 애니를 보고 앙드레를 용서했어요.
제가 용서하는게 앙드레한테 별 의미는 없겠지만요.ㅎ
그리고 앙드레를 진심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전엔 제로델이 더 좋았는데
애니 다시보니 앙드레가 보이네요.
한 사람을 향한 진실한 마음.
오랜세월 변함없는 사랑.
그 사랑이 드디어 응답받았을때 맞게되는 죽음까지.
한 남자의 인생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어요.ㅜㅜ

아랑도 업그레이드.
아랑 또한 오스칼을 민중의 편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고,
원작보다 훨씬 멋지고 리더쉽있는 상남자로 나옵니다.
원작 아랑은 개망나니 개쉬키.
원작에선 바스티유 함락 이후 아랑의 모습이 나오지 않지만
애니에선 마지막을 장식함


제로델도 업그레이드.
앙드레한테 나도 아내를 사모하는 하인을 눈감아줄 주 있다고
비아냥거리는 깐죽이는 없음.
훨씬 젠틀하고, 기품있고, 오스칼을 깊이 사랑하는 모습으로 나와요.
데자키 감독버전에서요.
1화부터 나오긴하는데 여기선 그저 쓸데없는 캐릭터로 소모됨

또 윈작엔 없는 유명한 오르보아 씬.
마리와 오스칼의 마지막 만남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원작에서 마리는 오스칼이 자기한테 등을 돌릴거라는걸 몰라요.
마지막 만남에서도 페르젠 얘기하다가 끝나는데
애니에선 왕명을 여러번 거역한 오스칼이 부탁해요.
군대를 철수시켜달라고.
왕비는 거절하죠.
오스칼이 울어요.
왕비도 울고.
서로 가는길이 완전히 다르고 이게 마지막 만남이라는걸
두 사람 모두 알고 눈물을 흘립니다.
이십년 우정이 이렇게 끝나는거죠.

그 밖에 로베스 피에르와 생쥐스트도 원작에선 굉장히 긍정적으로 그려지는데
애니에선 로베스는 권력욕에 찌든 엘리트 지도자고,
생쥐스트는 사패같은 테러리스트로나오네요.
원작에선 로베스피에르나 생쥐스트같은 엘리트들이 혁명을 이끌어가고,
오스칼도 귀족 엘리트로서 위병대 대원들을 이끌고
혁명의 주동자가 되는 느낌이라면,
애니에서 혁명은 이름없는 민중들의 의지로 이루어지고
이름없는 민중들의 힘이 역사를 바꾸는거라고 말합니다.

마흔 네 살에 다시 보는 오스칼은 참 아름다운 사람이네요.
초딩, 중딩때는 혁명에 참여하는게 넘 멋지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나였어도 당연히 그랬을 거라고 생각했죠.
저렇게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제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는 알아요.ㅎㅎ
자기가 가진 특권을 내려놓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게 얼마나 힘든지.
자기가 가진 세계를 깨고 나오는게 얼마나 힘든지.
이상을 위해 목숨을 거는건 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초딩때 저는 당연히 오스칼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40대가 된 저는 내가 오스칼이었으면 혁명 일어나기 전에
앙드레 데리고 스위스로 가서 요양하며 어떻게든 결핵을 치료하고
목숨을 연명하려고 애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참 비루합니다.ㅎㅎㅎ

초딩때 혁명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 만화와 애니를 보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 견딜 수 없었어요.
사는게 너무 허무하고, 인생이 뭘까 하는 생각이 들고.....
지금 봐도 그러네요. 가슴에 구멍이 난 것 같아요.
어릴때 나는 오스칼같이 멋진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사소한 질병을 앓으며 참 보잘것 없는 인생을 살았어요. 이룬 것도 없고요.
오스칼처럼 훌륭한 사람이고 싶었는데 평범도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남은 인생 더는 후회하지 않도록 열심히 살아야겠지요.
지나간 것들은 되돌릴 수 없고,
건강이 좋아지든, 평생 이렇게 살든
지금 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보려고요.

오스칼이 그러했듯이.

너무 길어졌네요. 애니 감상 잘 하시고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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