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시가에서 제 탓을 하시네요

시아버님이 암 말기 진단 받으신지 2-3년 오래되었어요
너무 늦게 발견해서 항암을 수 십 차례 했지만 계속 전이가 되어
이제는 희망이 없는 상태에요

간병은 시어머니가 맡고 계신데
두 분이 사이가 안좋으세요
제가 새댁일 때는 그래도 조심하시더니
이제는 손자들이 옆에 있어도 두 분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시면서 싸우십니다

시아버지가 권위적이셨고 중요한 결정에 어머니 의견도 묻지 않은 게 
파산 직전 어마어마한 빚으로 불어난 것도 불화의 원인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용품등은 제가 인터넷으로 사고
간식과 부식도 보내드리고 등등 시부모님께 전화할 일이 많아요
얼마 전 이제는 간병이 너무 힘드시다는 시어머니와 통화하며
그럼 간병인을 부르자고 했더니 간병인이 집에 오는 건 싫고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 시켰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에요

정작 시아버지는 호스피스 병동 가면 죽으러 가는 거라고 입원은 절대 싫다 하시고요
저는 어머니가 너무 힘드시니 병원 입원도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아버지 의견을 따라야 하는 게 낫겠다 말씀드렸죠

그 와중에 두 분이 또 싸우시고
한 밤 중에 시아버지가 저한테 전화하셔서는
" 왜 너 자꾸 나 병원에 입원하라고 하냐"고 화나서 따져 물으시는 거에요
자식들(결국은 며느리인 나)이 병원에 입원하라고 하는데 
왜 자식들 말 안듣냐고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나 봐요

이제는 긴 간병에 지친 시어머니도 이해가 가고
병원에 입원하기 싫은 시아버지도 이해가 가지만
본인이 원하시는 걸 며느리가 그런 소리를 하더라 하면서 제 뒤에 숨으시려는 시어머니 모습에 한숨만 나네요
시아버지도 시어머니도 본인이 원하는 바를 꼭 저한테 말씀하시더라고요
아마 저를 이용해 상대방을 조종하시려는 마음이셨겠죠 ㅠㅠ

힘드신 두 분께 잘 해드리려고 했던 마음도 사라지네요
저 어릴 때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시아버지에 대한 연민이 있었나 봐요
이제는 정말 뭘 해결하려는 노력을 절대 하지 말고 
아들에게 모두 토스 하려고요
진작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제가 바보 멍충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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