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서로 어떻게 친해지는가

친구가 외국서 결혼해 살면서 직장을 다녀요.
코로나 좀 잠잠해지니 다시 외국서 한국으로 출장을 왔어요.

출장 오면 가끔 동문들 모여 밥먹었어요.
이번에도 모이자 하길래 그러자 하고 날짜도 정했는데
저더러 식당을 좀 추천해달래요.

그래서 4-5군데 추천해주고 날짜 정해서 골라서 모이기로 했죠.

갑자기 그 날짜 며칠 전에도 한 번 모이자고 하네요.
본인이랑 지방 사는 동문이랑 연락됐는데 서울 온대요.
원래 모임 날에는 지방 사는 애가 다시 내려가니
얘 서울 왔을 때 볼 사람들은 보자고.

저는 그 날 연장근무라 못 간다 했더니
아 너도 꼭 오면 좋겠는데 잉잉 징징 약간 이런 모드로.

뭐 식당도 집에서 멀지 않고 그럼 2차에라도 가보든가 할게.
했는데, 이 모임 식당도 저더러 예약을 해달래요.
왜? 니가 모이자면서 자꾸 나한테?
본인은 외국 살아 잘 모른대요. 

하여튼, 두 번 모임을 다 했어요.
얘는 자기가 모이자 하곤 시간보다 늦게 손님처럼 오고
계산할 때가 되면 자 얼마니까 얼마씩 내라 이런 것도 없이
어쩌지? 계산 어떡하지? 이래서 남자애가 나서서 총무노릇하고.

얘가 이제 돌아갈 때까지 볼 일은 없지  싶었는데
또 연락이 와서 이번에는 여자애들끼리 보자고.

나 바쁘다 했더니 그럼 식당예약이라도 좀.
왜 이러지? 그 날 온다는 애들이랑 정해!

그러고 돌아간 뒤에 얘랑 그나마 친한 애한테
대체 얘는 왜 저렇게 한국와서 모임을 갑자기 많이 하는거냐?
전에는 가끔만 보곤 했는데.
솔직히 너무 갑자기 자꾸 보자고 해서 부담스럽더라.

그랬더니 외국서 살면서 돌아보니 그 동네 남편말곤 친구도 없고
한국 동문 친구들 잘지내는 것도 좋아보이고
나이가 드니 뭔가 심정의 변화가 있는 것 같대요.

아니 그 동안 여기 동문들은 서로 쌓인 세월이 얼만데.
그걸 수십년만에 와서 단기간에 모임을 막 한다고
비슷하게 친밀한 관계가 될까.

저랑 친한 동문들은 서로 돕고 베푸는 관계인데
정말 수십년을 서로 미운정 고운정 들고
가족같은 사이에요. 

겉으로 보이는 호텔 여행 식당 이런 건 피상적인 거고
서로 부모님 편찮으시면 음식해다나르고
좋아하는 거 기억해놨다 챙겨오고 받을 생각 없이 주고
가족들도 왕래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쌓인 게 많은거죠.

모임만 자꾸 만들어 얼굴만 본다고 친해지는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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