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침 드셨어요?

4시 반도 안 되서 일어나 재미나게 보던 책을 보다가 배가 너무 고파서 혼자 아침 먹었습니다.
어제 빚은 손만두 두 개, 삶은 달걀 하나, 브로콜리 한 토막, 방울 토마토 7알.
후식으로 사과도 먹고 커피에 어제 선물받은 초컬릿까지 먹고 양치까지 마치니
뭔가 인생을 제대로 사는 기분이네요. 나 이 정도는 누리는 여자야 이런 느낌?

86세 아버지는 아침을 늦게 드셔도 아무 불편이 없으시고 82세 어머니는 눈 뜨자마자 아침을
드셔야 하고 배고프면 피폐해지는(네 저도 그렇습니다) 스타일이세요. 엄마랑 통화하다 아빠가
아침에 침실에서 안 나오셔서 배고픈데 기다리려니 화가 난다 하시길래 먼저 드시지 왜 화를
품고 계시느냐 했더니 수화기 너머 엄마의 뭔가 큰 깨달음을 얻으신 분위기를 감지한 뒤로는
공복을 견디지 않고 내 배를 먼저 채우는 제 삶의 지혜(라고 쓰면 지혜가 기분 나빠할지도 모르지만)가
뭔가 뿌듯합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배고프게 두지 않겠어 이런 너낌이죠.

82의 어느 댓글에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좋다는 글을 보고 도서관에 가서 빌려 
읽고는 거기서 파생된 팟캐스트도 듣고, 언급된 책도 빌려 읽고, 다른 팟캐스트도 듣고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광고회사 카피라이터인 김민철님의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이라는 책인데요.
제가 하고 있는 일은 철저히 혼자 하는 일인데 왜 남의 회사 얘기, 팀장으로 일하는 얘기, 회의하는
얘기를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아껴가며 읽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제 느낌은 마치 낮잠자는
아기가 일찍 깰세라 초조한 엄마 느낌? 아이 일찍 재우고 야식 먹는 엄마 느낌? 늦잠 자는 남편이
깰까봐 초조할 지경입니다. ㅎㅎ

혹시 중간 관리자이신 82 언니 동생들 있으시면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어서 데우지도 않은
만두를 씹어먹고도 행복이 차올라서 컴퓨터 켜고 정성스레 써봅니다.

올 한해도 82의 여러 지혜로우신 분들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 

'해주세요'앱 알려주셔서 롤스크린 고장났을 때 남편이 고쳐줄 때까지 고통받지 않고 당일에 속시원히
해결했고요.

아픈 몸 때문에 우울할 때 다른 분들이 쓰신 글과 댓글로 덩달아 위로 받았습니다.

유지니맘님 덕분에 연말에 마음 따수운 일에도 동참할 수 있었고요.

무엇보다 이 시대를 생활인으로 성실히 살아가시는 여러 언니 동생들이 모습에서 저도 단정히 살아내야
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과정에 혼자가 아니라는 게 위로가 됐습니다.

이런저런 걱정도, 두려움도 많지만 어느 책에선가 읽은 말처럼 행복은 저축하지 말고, 걱정은 가불하지 
말자는 말을 기억하며 2023년도 제 나름의 속도로 잘 살아보려 합니다. 

아침식사로 시작해 책 추천으로 갔다가 82예찬으로 끝나는 아무 말 대잔지 마칠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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