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북유럽 도시 딱 한군데만 가는거요.

외국 오래 살기도 했고 여행 싫어하는데
왠만큼 궁금한 곳은 다 가봐서
굳이 해외여행을 가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어요.
그런데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가보고 싶은 도시가
딱 하나 있어요.

얼마전 또 인생에게 된통 뒷통수 맞고
정신 못 차리고 걷잡을 수 없이 우울해하다가
그 도시라도 다녀오면 조금 나아지려나 싶어
3월이나 5월에 혼자 가려고 슬슬 준비 시작했거든요.

북유럽이다보니 거리도 멀고 주변 국가들 묶어서
최소 서너개 나라는 돌고 오는게 일반적인가봐요
하지만 제 여행 성향과 전혀 맞지 않고
워낙 여행지 돌아다니는거 싫어해서
런던 한 달 다녀왔는데 버킹엄궁이나 대영박물관 안 가봤고
파리에서도 에펠탑이나 루브르, 베르사이유 안 가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여행은 관광지에서 벗어난 지역의
골목이나 강변에서 밥 먹거나 커피 마시며 사람 구경하고
거위들 빵 뜯어 먹이며 멍 때리고
로컬 작은 샵들 들어가 독특한 원석 목걸이나
쬐끄만 병에 들어 있는 수제잼 사고
작은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 사서
온갖 종류의 치즈와 햄 얹어 먹는거
뭐 요딴거 좋아해요.

이번에 가려는 도시도 그림같은 집들이 늘어서 있는
풍경도 사랑스럽지만 제 취미 생활의 성지 같은 곳이라
가보고 싶었던 샵이 너무 많아요.
그동안 직구로도 구하지 못했던 이런 저런 재료들 사고
이젠 안 모으지만 한때 라면 먹어가며 모았던
그릇의 본점 매장 가서 식사하고 에프터눈 티 즐기는게
로망이였거든요.

딱 이런거 하려고 가는데 물가 비싸기로
맨해튼 뺨 때리고도 남는 도시라 4박5일 정도 갈거 같아요.
도시가 워낙 작아서 자전거 타고 다 돌아다닐 수 있다니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었는데
모임에서 이런 계획으로 여행 가려고 한다 얘기하니
다들 아깝다고 난리예요.

같은 취미 모임이라 이해할거라 생각했는데
제주도도 4박5일 가는데 북유럽까지 가서
스위스나 인근 국가들도 안 가고
꼴랑 그거 있다 오는게 그게 말이 되냐고 난리인데
내가 여행가는데 남들 이해나 허락 바랄거 아니지만
남들은 절대 안 할 비효율적인 선택을 했구나 싶어요.
뭐 그래도 그게 제 성향인걸 어쩌겠어요.

그런데 남들은 도저히 아깝고 포기가 안 되나봐요.
좀 전에도 여행계획 짜줄테니 다시 생각해보라고
카톡을 하네요.
자기와 다름을 이렇게도 못 받아들이는지 놀라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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