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 가족이 실버타운 몇년 사시다 퇴소했는데
인서울에 지하철 연결되어 있어서 입지도 괜찮았고
스포츠 스타이자 국민요정 조부모님이 사시고 전직 장관도 계신다해서
호감을 가지고 집 처분하고 들어가셨어요.
처음엔 식당 음식도 입에 맞고 직원들도 친절하고 커뮤니티 센터도 잘 되어 있고 수영장도 있어서 모든게 다 좋아보였어요. 그런데 아무리 식당음식이 입에 맞아도 같은 식당에서 만드는 음식이 계속 맛이 있을수가 없지요..
천하의 맛집도 다른 메뉴 골라가면서 몇번 먹어도 확 질리잖아요.. 아무리 월화수목금토일 다른 메뉴로 구성되도 음식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니까 그건 어쩔수가 없어요. 백퍼 질리게 되어 있어요.
실버타운 들어가는 이유가 음식에서 해방되는거 첫번째 이유로 뽑으시더라고요.
근데 몇달 아니 한달만 먹어도 무조건 질리게 되어 있습니다.
그건 어느 실버타운이건 마찬가지예요. 쉐프를 매달 바꾸면 모를까요. 불가능하죠.
그래서 실버타운 놀러가면 거기서 밥 거의 안먹고 밖에 나가서 사먹었어요.
그리고 나중엔 그 좁은 집에 큰 냉장고를 들이시더니 밥을 해드시더라구요;; 식당 밥이 맛이 없다구요;;
근데 의무적으로 먹어야하는 횟수가 있다보니
돈은 나가고 한끼는 해먹고 밥 해방인줄 알았는데
오히려 밥의 딜레마에 빠지는 상황에..
주방도 엄청 작아서 밥 해먹을 환경도 좋지 않은데..
하루 한끼 이상은 식당에서 절대 못 먹겠다하시니 어쩔수가 없었네요.
전에 아파트 사실때는 국평이라 노인분이 사시기 결코 좁지 않았는데 실버타운은 방하나 따로 있고 구조가 오피스텔이랑 흡사해요. 집안에만 있으면 무척 답답해요. 독방 느낌이예요..
그래서 로비로 내려오죠. 내려가면 친구들도 있고 다들 로비에 내려와서 게임도 하고 당구도 치고 차도 마시니까요.
그러나 모두가 다 사이좋고 모두와 다 친하게 어울리는 사회는 어디에도 없듯이 실버타운도 마찬가지예요. 파벌이 생기고
끼리끼리만 앉아있고, 누군가를 욕하고 험담하고.. 앉아서 죙일 자기 자랑만하는 사람 꼴보기 싫어 자리 피하게 되고..
그리고 문제는 그런 유명인들이 들어가 살고 있는 실버타운도 입주한지 일이년밖에 안됐을때 몇개 호수가 차압이 걸려서 경매넘어갈 상황에 처해서 돈 더 보태서 그냥 등기를 올려버렸어요. 가만히 있다가 보증금 날리게 생겼으니 어쩔수가 없잖아요.
거기는 호수 하나하나가 개별등기였고 대부분 회사 보유였는데 그게 차압이 걸린거죠. 암턴 등기까지 올리고 골치아파하다가 들어온다는 사람 있길래 냅다 팔고 나왔네요.
결론은 실버타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환상이 너무 큰거 같아요. 베스트글에 60대에 들어가신다는데.. 실버타운 평균 연령이 80대예요.. 70대에 들어가도 막내소리 들으십니다..
자기 살림 싹다 버리고 좁디 좁은 오피스텔 같은 곳으로 이사하는거예요.
60대면 옷도 소장품도 아직 욕심도 남아 있을 나이인데 그런걸 싹다 포기하고 버리고 갈 수 있을까요.
여명이 많이 남지 않은 시점에서 살림 다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들어가는 곳이예요..
그리고 노인들만 있는 곳에서 섞여 사는게 어떤 기분인지 상상 해보셨나요?
아이들이나 젊은사람들 까르르 웃고 노는 모습보면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지죠?
반대로 노인들만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기운이 다운되고 모든게 느릿느릿 시간이 멈춰있는 듯한 갑갑함 같은게 있어요.
60대에 들어간다면 80대 90대 여명이 얼마 남지 않은 분들을 매일매일 보고 살아야해요. 저게 나의 미래구나..
거동이 불편하면 입주 불가하다지만, 살다가 거동이 조금 불편해졌다고 나가라고 못하거든요..
막상 가보면 보행기 쓰시는 분 정도는 흔하게 보여요. 들어갈때는 멀쩡했어도 노화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절 안좋고 하면 쓸수밖에 없고 귀도 잘 안들리는 분들 많아요.
저희도 그렇게 크게 깨몽하고 결론 내린게
주거는 도심의 아파트에서, 커뮤니티나 엑티비티는 집근처 노인복지회관에서 하는게 훨씬 건강하고 돈 덜들고 이득이라는걸 깨달았네요.
그밖에도 할말이 너무 많은데 글이 길어지니 이정도만 쓸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