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날 아침에
심장시술을 받았어요.
협심증이래요.
언니의 곁엔
속좁고 껄렁껄렁한
형부가 있어요.
친정엄마곁에 사흘만이라도 있다고 싶다했더니
그마저도 싫은 티를 내서
어쩔수없이 집에 왔더니,
혈관시술로 팔과 손이 다 부은 언니를 팽개쳐두고
형부혼자서만
점심에 식당가서 된장찌개 백반을 해결하고 왔대요.
언니의 1박2일 퇴원소식을 듣고
반찬과 약간의 돈과 과일을 챙겨
가보니,
언니가 없더라구요.
게임삼매경에 빠진 형부는
내쫒았다, 킬킬킬.
아,늘 제대로 된 대답을 한번도 해준적없는
형부.
10분정도 지나자, 언니가 윗집슈퍼에 택배찾으러
갔다고 하면서 돌아오더군요.
뒤이어 엄마가 반찬과 빵을 들고와서 냉장고에 들여놓으니
형부가 주춤거리다가
밖에 나가더라구요.
나갔냐??
언니가 제게 소리죽여 물어보더니,
아침은 병원에서 밥먹었고
곧 퇴원절차 밟고 열시무렵 돌아오니,
형부는 아침도 못먹었다고
근처 식당에 가서 혼자서만 밥먹어놓곤
누워있는 자신에겐 엄살피우고 있다고
핀잔을 주며 게임만 하고 있더래요.
그말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현관문이 소리없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
살펴보니 형부가 몰래 엿듣고 서있더라구요.
우리아빠의 알콜중독은 무서울정도로
폭력적이었고,
황달기가 다분한 눈가에 비치던 아침햇살은
얼마나 비참했던 삶의 무늬였는지
어린 우리들은 그 슬픔이 얼마나 무거운 무게였는지
너무 잘알았지요.
그런 우리들에게 어른들의 냉대와 무시.
또 급우들사이에서도 철저하게 외면받고 친구하나 없이
감내해야 했던 그 시절은 제게 수용소같은 시절이었어요.
아무도 저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 제가 지금은 어떻냐고요.
그렇게 스스로 노력을 했는데도 유년기내내
혼자 지냈던 제가 지금도 제 속을 드러내질 못해서
친구한명 없이 살아요.
그런데 그건 우리 언니도 마찬가지에요.
작은식당을 운영하는 언니곁엔
믿을수없는 형부가 있어요.
사철 발벗은 아내,
여기에도 있는데
일손을 손에서 평생 놓지못한 언니는
크리스마스날 심장시술을 했어요.
참 가혹하다싶어요.
절 찾는 친구하나 없는 제게
저녁나절 울린 전화번호.
왠지 낯익은듯해서
받아보니.
나 아세요?? 누군지??
반문을 하는 목소리에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작년겨울에 귤팔던 사람인데
올핸 안시켜서 물어봤다는거에요^^
그 귤, 안타깝게도 맛이 없었어요.
아주 시고
머리끝까지 쭈뼛거리던 그 신맛.
그 신맛이 떠올랐어요^^
아주 달콤한 맛이었으면 그나마
이전화가 덜 쓸쓸했을텐데.
그냥 이런 인생도 있구나 하고
오늘 제 맘 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