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친구가 놀러와서 한달 살기 하고 싶다네요

저는 대학졸업하고 바로 미국에 유학와서 학위 마치고 직장 잡고 가정을 꾸리고 정착해서 한국에는 남은 친구가 별로 없어요.
그래도 방학에 돌아갈때마다 꾸준히 연락이 된 몇 안되는 대학동기인 한 친구를 시간이 지날 수록 소중히 여기게 되었어요.
더군다나 그 친구 남편이 의사인데 저희 친정엄마 주치의가 되어서 지금까지 꾸준히 잘 챙겨주셨고요. 항상 마음의 빚이 있어요.
친구가 늘 하던 얘기가 난 우리 딸 수능만 끝나면 너네집에 가서 좀 쉬었다 올거다, 그래서 저도 물론, 언제든지 대환영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정말 수능이 끝나고 다음달에 오겠다고 하는데 문제는 친구 남편이 딸도 데려가라고 한대요. 3월에 개학하기 전까지 시간 있으니 가서 영어도 좀 하고 미국생활은 어떤지 한달정도 체험하고 오라고요. 갑자기 현타가 오네요. 왜냐면,

1. 제가 사는 곳은 겨울이 아주 길고 추운 깡촌이에요. 친구와 딸이 와서 나가서 구경할 곳도 없고 차없이 밖에 나갈수도 없어요. 적어도 3-4월이 될 때까진 모든게 꽁꽁 얼어있어요.
2. 친구는 살림이란걸 평생 해본적이 없는데 여긴 배달음식같은 것도 없으니까 제가 삼시세끼를 해결해줘야 해요. 전 제 아이도 간신히 먹여살리는 바쁜 직장인이고요. 집도 엉망진창 주말이면 체력고갈로 누워있어야 하고요. 
3. 저희집이 미국집 치고는 크지 않아요. 세 식구에 방 3개 화장실 1.5개. 갑자기 두 사람이 와서 한달을 지내야 하니 아이방을 내어주는게 어떻겠냐고 의논했더니 남편도 아이도 곤란해 하네요. 저야 친구지만 그 둘한테는 남인데 한달을 크지 않은 집에서 복작복작 함께 지내면서 화장실도 같이 쓰고 식사도 매번 같이 하고 주말에도 붙어 지내야 한다는 게 아무래도 불편한가봐요.
4. 그리고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아요. 친구가 오겠다고 하는 시기가 저는 일이 바쁜 시기 거든요. 남편은 더 바쁠 것같고요. 어디 구경 시켜주거나 데리고 다닐 여유가 전혀 없을 것 같네요.

오지에 살면서 사람이 너무 그리워서 누구라도 와서 같이 지내면 좋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막상 온다니 거절할 수도 없고 큰일이네요. 어떻게 말을 해야 할까요. 1번의 이유는 이미 말을 했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오고 싶다네요. 그럼 오라고 하고 부딪혀 볼까요 아님 솔직하게 얘기하고 다음에 오라고 할까요. 진짜 갈등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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