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몸 아픈데 계속 음식 요리 부심있는 엄마

친정 엄마는 어릴 때부터 6남매 장녀로 위에 첫째 오빠 사범고 뒷바라지하고 밑에 동생들 거둬들이느라 살림을 많이 하셨는데
외할머니는 곱게 자라서 좀 살림을 못 하고 엄마한테 많이 의지한 거 같고요ㅠ
엄마는 요리를 진짜 잘 해요
결혼도 호구처럼 큰집 장남이랑 해 가지고 온갖 제사 행사 대식구 음식 다 차려내느라 고생했고 이기적인 아빠랑 할머니는 고마워 하지도 않고 삼식이 아빠의 식모처럼 살았어요 평생.
아빠는 사업하고 외식 싫어해서 점심도 집에 와서 드셨는데 그거 다 차려내고. 아빠 밥 굶으면 큰일나는 줄 알고 본인은 대충 국수 같은 거 떼우고 무슨 일 있어도 아빠 밥 차리고.
그런데 그 고생을 아빠가 좀 알아주고 했으면 좋았을텐데 얼마나 차가운 인간인지..
결국 엄마는 70초반에 우울증이 왔고 병원에선 심각한 홧병이라고.. 불면증 고혈압 앓으면서 몇달 전엔 허리디스크 수술 하고 힘들어 하면서도 살림을 놓질 않아요
참 이해가 안 가는 게 제가 결혼하고 며칠 여행 갔을 때 모르게 혼자 집에 오셔서 청소에 밥에 살림을 다 해놓고 간 거예요
항상 밥밥밥 밥부심 살림 육아 못한다 꾸중. 본인이 젤 잘하고 자부심있는 게 살림이라 저 없는 사이 보란 듯이 해 놓고 가신 건데
종일 서서 일한다고 허리가 얼마나 안 좋았겠어요
그런 일이 왕왕 있었고 항상 친정에서는 동생네랑 불러서 상다리 부러지게 차리고 가족들 먹는 거에 행복해하는데 저는 치우고 그 많은 음식들 처리하는 게 너무 힘들고 엄마가 안쓰럽고 올케도 치우느라 힘들어하고ㅠ
그래도 갈 때 음식에 재료에 주말농장에서 따온 온갖 채소들에 돈도 두둑히 주시니 올케는 2주에 한번 씩 와서 엄마한테 더 싸달라고 요구하고.. 올케친정은 형편도 안 좋으니 이해도 했어도 저는 내 엄마 힘든 거 싫어서 웬만하면 양쪽 집에 바리바리 싸 주는 거 안 하고 본인 드실 것만 소소하게 했으면 하는데 아무리 말해도 안 되더라고요. 그렇게 한 지가 십오년이 돼 가요. 저나 동생이나 결혼한 집이 다 너무 없는 집이다보니 음식이나 돈을 전부 친정엄마만 떠 맡고 종종거리는 거도 화가 나더라고요. 시모는 자기몸만 챙기고 자식들 절대 싸주는 거 없이 생활비도 받는데 너무 극과극이라 참.. 에휴 이것도 일종의 불효인 줄 나중에 알았어요 있는 집 남자가 좋다고 해도 마다하고 없는 집에 가서 부모까지 고생시키는구나 싶어요
쓰다보니 너무 옆으로 새는데.. 이 친정엄마를 어떻게 하면 좀 편하게 살 수 있게 할까요? 본인은 그거도 안 하고 어떻게 사냐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몸을 너무 안 아끼거든요. 인정욕구가 음식에만 있는 거 같아요
오늘도 머리가 핑 돌아서 응급실 가려고 동생 불렀다는데
괜찮아져서 내일 동생 갈 때 저희 집에 김치랑 반찬 보낸다고ㅠㅠ
저랑 너무 다른 엄마라 도저히 설득도 안 되고 너무너무 답답해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