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옛날 크리스마스 이야기

제가 기억하는 건 80년대 크리스마스인데요

일단 20일쯤부터는 엄마가 트리를 세우고 
연하장이 오면 트리 근처에 장식하심
제가 친구들하고 주고받은 손바닥만한 카드부터
아빠 친구분들한테 오는 근엄한 카드 - 근하신년 이런거 뙇 써있고 학그림있고 ㅋㅋㅋ
엄마 친구분들에게 오는 근엄하지만 좀더 미적 감각이 있는 카드
아빠 친구분들은 볼펜 글씨로 휘갈겨 쓴 ... 아무개야, 내년에도 건승을 빈다. 이런 말.
엄마 친구분들은 장식적인 펜글씨로 좀더 길게 ...

엄마 아빠 저 제동생도
우체국, 광화문 교보문고, 동네 문방구, 심지어 미제가게 까지 가서
연하장을 수십장씩 사와서
밥상 펴 놓고 머리맞대고 썼었어요
아빠 펜은 파란색 파커 볼펜이었는데
늘 쓰기 전에 종이에 둥굴둥글 몇 번 굴려서 심이 매끄럽게 나오는지 확인하고 쓰심 
엄마는 모나미 플러스펜으로 예쁘게 예쁘레
다쓰면 부쳐야 할 건 엄마가 동네 우체국에 가서 부치심.
그때는 좀더 추웠던 것 같아요. 길도 맨날 얼어있구요.
엄마 따라 가던 우체국 추운 길이 생각납니다.

하루는 버터크림 케익을 사서 할머니 할아버지 댁에 다녀오고
하루는 집에서 지냈어요.

저는 지금도 크리스마스 생각하면
밤에 트리가 반짝 반짝 빛나는 거실에서
지금 귤보다 조금 더 크고, 껍질이 쉽게 벗겨지는 귤이 한가득 들어있는 바구니를 두고
엄마랑 아빠는 커피, 저랑 제동생은 코코아
글구 엄마가 미제가게에서 사온 다양한 포장지의 허쉬초콜렛들.
캐롤, 티비에서 나오던 크리스마스 특집 디즈니 영화들, 이런게 생각납니다.

80년대 초중반 얘기에요. 

그때 엄마가 사온 미제 홀마크 카드가 무지 이뻤던 기억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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