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 시기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 씨가 주범인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직접 도이치모터스 내부 정보를 수시로 공유받았다는 사실이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세력과는 무관하게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독자적으로 거래했다’는 대통령실의 기존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또 하나의 증거다.
최은순 녹취록 ① “권오수와 통화해보니 빨리 팔라고 했다”
지난 10월 28일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판에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을 신문하던 검사가 녹취록을 하나 공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와 신한증권 직원 사이의 2011년 6월 10일자 통화 녹취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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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 내용으로 유추해보면,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며 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오름세가 더 이상 지속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주식을 팔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거는 지속이 안되겠다 싶어서 빨리 팔으라 그랬어")
주가가 상승세인데 주식을 팔기로 한 결정의 근거는 무엇일까? 두 가지 정보가 나온다. 1) 지금 외국에서 바이어가 왔다. 2) 한 두어 달 걸린다. 즉 외국에서 바이어가 왔다는 추가 호재가 있지만 일이 성사되는데는 두어 달이 걸린다는 정보를 토대로 ‘팔아야 할 때’라고 판단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일까? 바로 ‘도이치모터스 사장님’이다. 검사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최은순 씨는 이날 아침에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과 통화해 이런 정보를 받은 것이다.
최은순, 권오수 회장에게 내부 정보 받아 주식투자 손실 회피
통화가 이루어진 날은 2011년 6월 10일이다. 당시 주가 그래프를 보면 직전 2주 동안 가파르게 올라 꼭지점을 찍으며 장중 7,970원을 기록한 주가가 이날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한 달동안 주가는 계속 떨어져 6,200원대까지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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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씨는 통화 당일 비록 장중 최고가인 7,970원보다는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았지만, 어쨌든 주가 하락의 초입에 거의 최고점에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큰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다.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알려준 내부 정보를 통해 손실을 회피한 것이다. 최은순 씨가 회피한 손실을 비율로 계산하면 22%, 만약 통화 시점에 1억 원 어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2천 2백만 원 어치의 손실을 회피한 셈이다.
그렇다면 최은순 씨가 권오수 회장에게 받은 내부 정보는 사실이었을까? 이날 재판에서 검사는 실제로 이 시기, 즉 2011년 6월에 ‘오펜하이머’라는 미국의 자산운용사가 도이치모터스 투자를 검토하기 위해 실사를 나온 사실이 있었고, 이를 최은순 씨에게 알려준 것 아니냐며 권 회장을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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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 녹취록 ② “권오수가 주가 떨어뜨린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서 검사는 최은순과 증권사 직원 사이의 통화 녹취록을 하나 더 공개했다. 앞선 통화 녹취록에서 드러난 내부 정보 유출 정황에 대해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와는 자주 통화하는 사이가 아니라며 만약 사실이라 해도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항변했기 때문이다. 검사가 추가로 공개한 녹취록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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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녹취록에서 최은순 씨는 증권사 담당자가 전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짜 자기 주식을 ‘싹 팔라’고 주문한다. 그 근거는 무엇일까? “3,500원 밑으로 회장이 딜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무슨 얘기일까. 이번에도 정보의 출처는 권오수 회장이다. 최은순 씨가 전한 권 회장의 말에 따르면 도이치모터스는 모종의 ‘딜’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 ‘딜’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주가가 3,500원 이하여야 한다. 그래서 권오수 회장은 주가를 3,500원 아래로 떨어뜨릴 예정이다. 대화의 맥락상 현재 주가는 4천원 선인 것으로 추정된다. (4천 원에서 될 수 있으면 어떻게 해볼게요) 따라서 지금 당장 주식을 팔아야 한다!
최은순 씨의 말에 따르면, 권오수 회장은 현재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가운데 ‘아는 사람’에게는 이런 정보를 귀뜸해주고 ‘미운, 얄미운 사람’에게는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녹취록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우선 최은순 씨가 전한 권오수 회장의 말, 즉 모종의 ‘딜’을 위해 주가를 3,500원 아래로 떨어뜨리기로 했다는 말은 그 자체로 인위적 시세 조종, 즉 주가 조작을 의미하는 것 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그같은 주가 조작의 계획을 최은순 씨를 포함해 ‘아는 사람’, 즉 권오수 회장 주위의 주주들에게 미리 알려줬다는 것도 매우 의미가 크다. 그것은 ‘정보’인 동시에 ‘작전 지시’로 작용했을 가능성 이 있다. 권오수 회장이 준 ‘정보’를 듣고 최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파는 순간,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하방 압력을 받게 되고 이에 따라 권오수 회장의 ‘작전’이 실행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 녹취록에 나오는 통화가 언제 이루어진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판사가 '언제 이루어진 통화냐'고 물었지만 기록에서 날짜가 누락된 듯 검사는 법정에서 곧바로 시점을 특정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 두 번째 통화 녹취가 이루어진 시점에서도 최은순 씨가 실제로 손실을 회피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앞 뒤 사정을 미루어보면 이번에도 첫 번째 통화 녹취 당시와 비슷하게 손실을 회피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최은순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뉴스타파가 여러 차례 보도한 바와 같이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많다.
1. 우선 뉴스타파가 2020년 9월에 보도한 최은순 씨와 지인 사이의 통화 녹취가 있다. 녹취에 의하면 최은순 씨는 "도이치모터스 그거는 회장님이 했잖아"라는 지인의 질문에 "어 그럼... 그거는 벌써 이천 몇 년인가 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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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실제로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 범죄일람표에는 최은순 씨의 증권 계좌 2개가 나온다. 신한증권 계좌와 미래에셋 대우 계좌가 그것이다. 이 두 개의 계좌로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은 합계 6억 4천만 원에 이른다. 그런데 이 가운데 신한증권 계좌로는 시세 조종성 거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최 씨가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내부 정보’ 또는 ‘작전 지시’를 받았다면 이 신한증권 계좌 역시 범죄적 거래에 동원된 거래로 볼 여지가 있다.
3. 뉴스타파가 이미 보도한 바와 같이 최은순과 김건희 두 모녀 간의 통정 거래도 확인됐다. 2010년 11월 3일, 최은순 씨 계좌에서 호가상으로 6단계나 비싸게 나온 매도 물량을 32초 뒤 정확히 같은 가격에 매수 주문을 내놓은 김건희 여사 계좌가 매입했다. 검찰은 이 모녀지간의 거래를 통정 매매로 보고 있다.
4. 재판에서는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의 공인인증서를 USB에 담아 직접 관리했다는 증언이 나왔고, 실제로 최은순 씨의 계좌와 도이치모터스 임원의 계좌가 같은 IP에서 246차례 거래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쯤되면 최은순 씨 역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 아닌가 싶을 정도지만,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최 씨를 수사선상에서 배제한 상태다.
검사 “김건희도 내부 정보 받은 녹취 많아”
그런데 이날 (10월 28일) 재판에서 검사는 중요한 사실을 한 가지 더 말했다.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에게 내부 정보를 건넨 사실을 계속 부인하자,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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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주가조작 인지’ 결정적 물증, 검찰이 이미 확보
검사의 얘기를 되짚어보자.
첫째, 권오수 회장이 최은순 씨 뿐 아니라 김건희 여사에게도 회사의 내부 사정들을 자주 얘기했다.
둘째, 이런 사정들이 녹취록에 많이 남아있다.
우선 첫번째 부분, 권오수 회장이 김건희 여사에게 회사의 내부 정보를 흘려줬다는 검사의 말은 그 의미가 상당히 무겁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2년 10개월에 걸친 뉴스타파 보도를 통해 드러난 대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1차 작전과 2차 작전 모두에 계좌를 빌려주거나 직접 매매를 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1. 1차 작전의 경우 “계좌만 빌려줬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스스로 매매를 했거나 ‘선수’가 매매한 것을 컨펌한 사실이 드러났고,
2. 2차 작전의 경우 “혼자서 독자적으로 정리 매매만 했다”고 해명했지만 작전 세력의 사무실에서 '김건희'라는 파일명의 엑셀 파일이 나오는 등 작전 세력과의 연계가 드러났다.
3. 더구나 정리매매 후 2차로 또 다시 주식을 매수, 매도해 모두 10억 5천만 원의 수익을 본 사실도 확인됐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김건희 여사 측이 했던 해명 대부분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주가조작이 한참 벌어지던 당시 김건희 여사가 스스로를 ‘도이치모터스 이사’라고 소개했던 대학원 원우 수첩까지 나왔음을 감안하면, 김건희 여사는 주가조작의 공범 또는 미공개정보 이용 거래 혐의를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 즉 마지막 퇴로는 “어찌됐든 나는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이지만 만약 검사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즉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수시로 회사의 내부 사정, 더 나아가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까지 들었다는 게 사실로 입증된다면 이 마지막 퇴로가 막히게 된다.
두 번째 부분, 즉 "이런 사정들이 녹취록에 많이 남아있다"는 검사의 말을 보자. 검사가 말하는 녹취록이라는 건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녹취록이다. 그런데 증권사는 고객과의 전화 통화 내용을 모두 녹취해 보관하도록 되어있다. 뉴스타파가 지난 9월에 김건희 여사의 녹취록을 보도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증권사가 보관하고 있던 녹취를 검찰이 확보해 법정에서 권오수 측 변호인이 공개했기 때문이다.
검사가 언급한 녹취록은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주범인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도이치모터스 내부 정보를 건네받았음을 입증하는 물적인 증거다. 그리고 더 나아가 김건희 여사도 최은순 씨의 경우처럼 권오수 회장으로부터 인위적 시세 조종, 즉 주가 조작 작전에 대한 정보까지 건네받았다면, 이는 김건희 여사가 주가 조작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물적인 증거가 남아있으며, 이를 이미 검찰이 확보했다 는 것을 의미한다.
검찰 “최은순 수사 현실적으로 어려워”
이날 (22.10.28) 재판에서 쟁점이 되었던 것 중 하나는 최은순 씨의 미래에셋 증권 계좌가 권오수 회장의 차명계좌인가 아닌가 하는 점이었다. 이전 재판까지는 자신의 차명계좌가 맞다고 했던 권오수 회장이 돌연 진술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최 씨의 증권 계좌에 입금된 돈이 어디서 왔는가만 확인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였지만, 이 문제에 대해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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