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막을수있는 불행인걸 아는데 방조하는 심리

남편이 부산발령 받아 2년사는 동안 그 전 세입자가 놓고간 식물 두개를 예쁘게 잘 키웠어요. 워낙 볕잘드는 오피스텔이라 물만 잘 줬다고 하더라구요.

남편이 발령 끝나고 그 식물 두개는 베란다에 놓고ㅡ 저희집도 남향 ㅡ 에서 부산때 때깔은 아니지만 근근히 들여다보고 말랐다싶음 물주고 영양제도 꽂아주고... 공들인건 아니지만 잘 자라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시들시들 근근히 자라는 와중에도 새잎도 돋고 그러던중

최근 한파에 바깥 베란다문이 열려있었는지를 모르고 이 식물들이 얼어 갈색이 되어가고 있다는걸 알게된게 이틀전이었던것 같아요.

가볍진 않지만 무겁지도 않아 얼마든지 불과 1미터 안 실내에 들여놓으면 될일인데 죽어가는걸 알면서도 방조했어요.

그리고 오늘에야 안에 들여놓고 살펴보며 다듬고 나니 작은거 하나는 잎 다 떨어지고 중심대만 남았고 큰것도 99프로 잎이 다 떨어지거나 갈색되어 잘라놓으니 10잎이나 붙어있을까 싶네요.

제 이런 심리는 대체 뭘까요?
진짜 터놓지못할 비밀인데 사실은 첫애 기어다니던 시절에도
친정집에 있는 라지에이터를 향해 기어가는 애를 몇초상간으로 충분히 방어할수있고 감지했는데 만질거라는걸 알면서도 방조하여 아이손바닥이 화상을 입은적이 있어요. 오늘 뼛대만 남은 식물들을 바라보니 십수년전의 그 일까지 소환이되네요.

불행의 결과를 알고있고 행동이 어렵지도 않은데 그냥 무기력하게 바라보는 이런 심리는 뭘까요. 제 인생의 내밀한 숙제같고 괴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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