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남편이 미안하다는 소리를 다하네요.

시어머니가 얼마전부터 어느 지역으로 구경가고 싶다고 하셨어요.
거기 음식도 먹고 싶다고요.

시댁은 지금 농한기라서 많이 한가하세요.

남편이 알겠다고 하고 다같이 가기로 했어요. 
남편도 아주 시간없고 바쁜 사람인데 시어머니 모시고 가고 싶어서 겨우겨우 시간낸 거에요. 

근데 저와 아이가 마침 감기여서 못가게 되었고요.

대신 미혼 시누이와 저희 남편, 시부모님 
이렇게 넷이 가게 된거에요. 

그동안 여행간다고 하면 방잡고 식사예약은 다 저한테 떠넘겼는데 
제가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빌빌대고 있으니 남편이 차마 저한테 시키기는 미안했는지 왠일로 자기가 다 알아보더라고요.

그랬는데 
남편이 여행을 1박 2일 다녀와서 씩씩대며
다시는 어디 같이 안간다고 난리인 거에요.

안봐도 비디온데 자기만 몰랐나봐요.

저희 시어머니 어딜가도 투덜투덜하시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가서도 
생각보다 별로다, 괜히 이 먼데까지 왔다., 중국에 가면 이건 발끝에도 못 따라간다.
식당에서도 맛없다, 먹을 게 하나도 없다, 어쩜 김치도 맛없다,
나물을 덜 짰느니, 생선을 너무 바짝구워서 딱딱하니 어쩌니

남편하고 시아버지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시모랑 시누랑 둘이 배틀하듯이 그 많은 음식을 하나하나 욕하고
일단 거기서 남편 마음 상했죠.
인당 거의 20만원 주고 예약했으니까요.
살면서 인당 5만원짜리도 안먹어본 사람인데 ㅎㅎㅎ 

시어머니가 먹고싶다고 해서 모시고 간건데 초를 치니까
시아버지는 잘 드시다말고 얼굴 굳어서 그만하라고 하고 

숙소 가서도
뭐하러 이렇게 큰 방을 잡았냐 (작으면 작다고 뭐라고 함)
왜 OO도 없냐, 창문이 왜 이리 크냐 춥게
볼게 하나도 없다,

집에 가는 길 내내 괜히 왔다, 고생만 했다
차 오래타니 허리만 아프다 등

ㅋㅋㅋㅋ
근데 저희 시어머니가 늘 그러시는데
남편은 그런 소리가 안들렸나봐요.

저한테 들으란 듯이 항상 무슨 식당을 이딴데를 예약했냐는둥
니가 잡는 숙소는 다 후졌다.
어느 식당 가서 뭐가 너무 맛없지 않냐? 물으셔서 맛있는데요? 했더니
비웃으면서 "너 다~~~~먹어라" 하면서 본인 밥까지 제 앞으로 밀어넣는 심술

암튼 대체 왜 그러시는지 모를....
만족이란것이 없고

어디 니들이 나한테 좀 갖고 와봐라~~~~ 해놓고 품평하고 깎아내리고 해야
뭔가 어른의 위신이 세워진다고 생각하시는건지 
고맙다, 좋다가 한번도 없으신 성격인데

이번엔 그 화살이 남편 혼자 다 맞은거죠.
원래 저혼자 맞는 화살인데 ㅎㅎ
저한테 시모가 그렇게 해도 남편은 항상 우리엄마가 언제 그랬냐는 거에요?
한번은 저한테 화를 버럭 내면서 "우리 엄마가 싸이코냐?!!!!!" 하더라고요????
언제 그랬냐고 우기는데 제가 할말도 없고
아... 이 사람한테 엄마는 진짜 소중하구나.
그냥 그 부분은 인정하자 하고 왠만큼 기분나쁜거는 그냥 제 속으로
시어머니 성격 진짜 이상하다 하고 넘겼어요.
지금은 연세도 많으셔서 좀 딱하게 변하신 것도 있고

근데 남편이 여행가서 1박 2일 아주 질려서 온거죠.
운전하는 내내 그 투덜거림을 또 다 듣고 올라왔으니

저한테 이러는 거 있죠.

나는 자식인데도 이렇게 기분이 나쁜데
당신은 어땠겠어?
당신한테 참 미안한 기분이 들더라? 

이러더라고요.

미안해. 라는 말은 뭐 평생 안하는 사람이니까
미안한 기분이 들더라. 라고 얘기했는데 그거나그거나

그 말 들으니 아주 돌때먹다체한 떡이 내려가는 기분~~
속이 시원~~~~~하대요?
오히려 시어머니 미운 마음이 사라져요.

남편이 여행가서 어머니가 한 얘기가 얼마나 기분이 나빴는지 몰라도
저한테 얘기하면서 막 흉을 보는데
웃기기도 하고


제가 어제는 인터넷에서 파는 떡이 뭐가 맛있는게 있어서
시댁 갖다드리라고 2개 주문했다고 하니
당장 취소하라고 난리.
제가 오바하지 말라고 했더니
그동안 제가 보내드린거 다 욕하면서 드셨대요. (안봐도 비디오에요. 원래 그러시는데 뭘)
다 드실 거면서도 또 야! 그거좀 보내라 하시면서도 늘 욕은 하시거든요.
앞으로 뭐 절대 안사갖고 간다고 돈을 드렸음 드렸지 절대 뭐 안 사간다고 난리네요.
 
하여간 인간은 자기가 직접 당해봐야 아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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