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제 남편은 여름옷 겨울옷을 구별 못해요.

말 그대로 여름옷 겨울옷을 구별 못해요.
눈이 삐꾼지, 감각이 둔한지...

결혼 전엔 여름바지 겨울바지도 구별 못한 것 같아요.
한겨울에 여름바지 입고 만난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패션에 정말 무신경해요.
결혼 전
줄무늬 바지에 줄무늬 셔츠 사선 줄무늬 타이 줄무늬 자켓
천도 다르고 옷 종류도 다르지만
에브리바디 모두 줄무늬로 통일을 이룬 패션으로 저를 만나러 나왔어요.

혼란하다 혼란해...

그런데 또 웃기는 건
그 주제에 옷에 대한 확고한 자기 주장이 있어요.
이 바지는 이래서 불편, 저 옷은 저래서 불편
이래서 안 입고 저래서 안 입고

바지도 일자는 불편해서 안 입는대요.
펑퍼짐한 옛날 구닥다리 통 넓은 바지만 좋대요.

그런데 살도 안 쪄서 낄 일도 없고 
제가 그렇게 스키니한 옷을 사주지도 않아요.
벙벙한 일자 바지도 낀다고 난리난리.

지금은 대충 절충해서 살고 있지만
좋은 옷은 다 버리고 
제일 그지같은 옷만 주워입고
비싼 옷은 다 싫대요.
진짜 이상한 증상...

남이 입다 준 옷은 다 좋고
제가 사준 좋은 옷은 다 싫대고...
그래서 우스꽝스러운 옷들만 처입고... 아우...
정말 짜증 많이 났어요.

어쨌거나 계절 구별 못하는 것으로 돌아가...
결혼하고 나이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그런 기미는 보였지만
제가 중간중간 제어하면서 살았는데
드디어
며칠 전에는 이 추운 날씨에 긴 팔 린넨 셔츠를 입으려고 하더군요.
그거 여름 천이야, 겨울에 입는 거 아니야 했더니
진짜 깜짝 놀라며 왜?????
도저히 알 수 없다는 눈빛이었죠.

아! 
그때 깨달았죠.
평생 고칠 수 없는 거구나.
죽을 때까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또 한 가지 소심한 반전은
이걸 귀엽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습니다.
생각해 보니 내가 더 이상한 사람 같군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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