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첫 글 이후 관심을 가지시는 분들이 계셔서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두번째 배송 이야기를 써봅니다. ^^
지난 번 첫 새벽 배송의 성공(?)으로 무척 고무되었던 저는,
소량의 자만과 적당한 허세를 품고 두번째 업무 신청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진이 좀 안좋더라구요.
캠프에 좀 일찍 도착했으나 물류 선별 작업이 30분 딜레이 되었어요.
한 시간을 기다려 물량을 배정 받았는데
지리를 잘 모르는 동네, 30개 받았습니다.
좀 아쉬운 숫자였지만 시간이 촉박해
배정 받은 카고 트레일러 부터 찾았으나
제 넘버와 다른 기사 넘버가 섞여서 엉망이었어요.
예를 들어 저는 201A 201B를 가져와야 하는데
201C 201D가 막 섞여 있더라구요.
일일이 분류하느라 제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어요. 1차 멘붕.
거기다 지난 번은 집근처 아파트 단지였다면
이번엔 소형 아파트 단지 하나와 나머지는 일반 주택과 시장 골목.
낯선 동네라 동선 짜는 것 부터가 어렵고 주소지로 집 찾기도 힘들었어요.
그래도 열심히 지도보며 어찌어찌 아파트, 주택을 마무리 하고 늦지 않게 시장 골목에 도착.
그리고 2차 멘붕.
좁은 시장 골목에 집이 어찌나 촘촘히 붙어 있는지
차 한대 겨우 지나는 골목을 일일이 주소보고 찾아 다니는데
쿠팡 새벽 배송이 생각보다 쉬웠다고 느꼈던 저는 반성에 반성을 했습니다.ㅠㅠ
시장 주택 아세요?
1층은 시장 가게이고 2,3,4층은 작고 좁은 계단에 집들이 다다닥 붙어 있어요.
공중 화장실이 있는 곳도 있구요.
저는 아파트에만 살아봐서 아직도 이런 집이 너무너무 많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몇 집 다니다보니 차보다 걷는게 빠르겠다는 판단을 하고
통행에 방해되지않을 자리에 차를 주차하고 장바구니 캐리어에 옮겨 담아 이동했습니다.
골목 포장 상태도 엉망이라 제대로 운동했어요. 땀이 줄줄 ㅠㅠ
그래도 물량이 적은 탓에 1시간이나 빨리 마무리 했는데요.
지난 번엔 음악도 듣고 하는 여유도 부렸는데 이번엔 지도 보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 이런 저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너무 만만하게 봤구나. 무조건 할만하다고 추천할 일은 아니구나.
오늘 새벽에도 투잡하는 남자분들 물량이 작고 늦어지니 초초해 하시는 모습을 보니
좀 안쓰럽기도 하고요.
저는 백화점에서 봐둔 기백 짜리 패딩이 사고 싶고,
하는 김에 살도 좀 빼보자 하는
사소하고 원초적인 그 시작이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 새벽에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일 새벽 업무를 신청했어요.
힘들어도 재밌어요. 요령도 생기고, 어렵지만 해냈다는 뿌듯함도 있구요.
솔직히 돈 벌이는 그다지 안되는 것 같습니다.
패딩 사는 할부금 좀 보태고 살은 좀 많이 빼보려구요.
쿠팡 새벽 배송 경헝담은 오늘로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