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빨리 걸으면 건강해진다.

2019년 영국국립보건연구원(NIHR)은 영국인 47만4919명의 걷기 습관을 연구한 결과, 걷는 속도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사람들의 평균적인 걷는 속도를 느린 걸음(시속 4.8㎞ 미만), 중간 걸음(시속 4.8~6.4㎞), 빠른 걸음(시속 6.4㎞ 이상)으로 구분하고, 각 걸음 속도에 따른 수명을 연구한 결과 빠르게 걷는 여성의 평균수명은 87살인 데 비해, 느리게 걷는 여성의 평균수명은 72살로 약 15년의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경우 그 차이가 더 커서 빠른 걸음 남성의 평균수명은 86살이었지만, 느린 걸음 남성의 평균수명은 겨우 65살로 무려 그 차이가 21년이나 벌어졌습니다. 이 정도 차이라면 지금까지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진 대사질환- 고도비만, 고혈압, 당뇨 등- 의 영향력을 훨씬 뛰어넘는 결정적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걷는 속도에 따라 텔로미어의 길이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텔로미어란 유전물질인 염색체의 끝부분에 있는 구조로, 염색체를 보호하는 일종의 보호캡 구실을 하는 부위입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수록 점점 닳아서 짧아지는데, 텔로미어의 길이가 일정 기준 이하로 내려가면 이 세포는 살아남기에 지나치게 노화된 세포로 분류돼 더는 분열하지 못하고 죽게 됩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백혈구에 든 염색체 텔로미어의 길이를 조사한 결과, 걸음 속도가 빠른 사람일수록 느린 사람보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더 길게 유지되고 있었다고 합니다. 텔로미어가 길다는 것은 그만큼 세포분열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니 그 세포들로 구성된 몸 전체의 평균수명 역시 길어진다는 뜻입니다.

이렇듯 걷는 속도는 건강과 수명의 바로미터입니다. 걷는 속도만 봐도 그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는 뜻이니 보험회사 관련자라면 당장에 사람들의 걷는 속도를 측정하고 싶어질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는 변화 중 하나가 걸음이 느려지는 것입니다. 대개 사람의 보행 속도는 일정하지만, 60대를 기점으로 점점 느려집니다. 이는 어느 정도 노화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가 약해지니 등과 허리가 굽고 근육량이 적어지며 다리가 가늘어집니다. 거기에 퇴행성 관절염까지 더해지면 발걸음은 한없이 느려집니다. 젊을 적엔 가볍기만 했던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거워져 자꾸만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발걸음이 무거워질수록 더욱 힘차게


문제는 노화로 이전만큼 걷는 게 수월치 않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로 인해 걷는 것을 피하면 걷기 능력이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퇴화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남은 체력과 수명이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집니다. 걷는 게 힘들어 걷는 걸 기피하면 영영 걸을 수 없는 날이 더 빨리 다가온다는 뜻이죠.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미 발걸음이 느려지고 무거워졌더라도 의식적으로 더 빨리, 더 힘차게 걷는 연습을 하면 체력과 수명이 줄어드는 속도를 확연히 늦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느리게 많이 걷기보다 짧게 걷더라도 빠르게 걷는 것이 더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오랫동안 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루에 10분씩 3회 숨이 찰 정도로 빠르게 걸으면 수명 연장 효과가 있다고 하니 말이죠.

젊은 시절에는 하고픈 것도 많고 가고픈 곳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으니 빠르게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일의 경중을 판단하는 게 익숙해져 그만큼 발걸음도 느긋해지기 마련입니다. 마음은 느긋해지더라도 발만큼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로 빠른 속도에 맞춰 움직이도록 두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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