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내 부모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모, 외동딸들은 어떻게 사세요?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며칠을 쓸까말까 82를 들락달락 했지만
못쓰고..그냥 짧게 남겨 봐야겠어요

저는 외동딸이고 결혼 안한 미혼 혼자 살아요
엄마는 칠순이 훨 넘으셨고 혼자 사시구요

어릴때 부터 엄마랑 잘 안맞았고 성격도 성향도..
나중에 커선 엄마가 절 가스라이팅 했다는걸 알게 되었죠
저에게 엄청나게 집착했고 저에게 감정 쓰레기통 역활을 하게 했고 저를 맘데로 조정하고 싶어했고
우리에겐 공통적인 적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알콜성 폭력을 지닌 아빠였죠

우리집은 그 누구도 멀쩡한 사람이 없었어요. 저는 공부도 잘하고 자존심도 쎄서 뭐든 잘하고 싶은 아이였는데 부모는 그 성향을 읽으려 하지 않고
뭐든 의심하고 평가 절하하고..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전 밖에선 잘나가는 공부 잘하고 이쁜 학생이였고 집에오면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마음 둘곳 없는 죽고싶은 애였어요
엄마는 본인이 더 피해자고 자기연민이 심해 애였던 저에게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고 그건 지금까지도 그러니까요

엄마가 갑자기 새벽에 119에 실려갔다는 전화를 며칠전 받고
중환자실과 일반 병동을 거처 곧 퇴원하세요

전 1년이상 오지 않았던 엄마집을 엄마가 입원하시는 동안 와서 여기서 지내며 집을 정리하고 있어요

엄마는 살림엔 젠병이였고 이젠 호더기질까지 있어서
집에 왔더니 정말 한숨이 나왔어요
바닥은 청소한적 없어 보이는 상태로 먼지와 머리카락 그리고 발바닥에 엄청나게 뭔가가 밟히고 침대 위엔 얼룩덜룩한 이불들이 몇개나 쌓여있는데 진짜 뭔가가 엄청나게 굵은 티끌들이 가득하고
물건들은 모두 바닦에 쌓여있고
거실엔 식물 화분이 가득한데 과일 껍질을 흙에 묻어 날파리들이 꼬이고 집은 추워 환기도 안되어 곰팡이 냄새에..
뭘 버리지 못해서 커튼이며 가구며 30년 전 그대로

사실 적지 못하는것들이 더 많아요

며칠을 버리고 치우고 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쓸때없이 해놓은 솜이불이며 쌓아둔 옷들도 쓰레기 봉투를 50리터 75리터 짜리 사와 가득 버리고
단열벽지를 주문해서 도배처럼 새로 방마다 다 붙이고 방한 커튼 주문하고..끝나지를 않네요

하면서 내 신세 한탄을 자꾸 하게 되더라구요
돈이 없어서면 모르겠는데
서울 요지에 몇십억 하는 다가구 주택 주인집에 살면서
엄마는 한평생 이 집에 묻혀 살고 있어요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세입자 집에 문제 생겨 세입자 문제 생겨
본인집은 서울역 노숙자보다 더 못하게 살아..진짜 누가 올수도 없는 집
딸인 나 조차 오면 편하게 앉을자리도 없어서 1년 넘게 오지도 않은 집
냉장고를 1년전에 새로 사드렸는데 이제야 처음으로 직접 봤으니까요

관리할 깜냥이 안되면 팔고 아파트 들어가야 하는데
욕심도 많고 고집도 많고 겁도 많아서 그러지도 않고
저도 도와주다 질려 어린 나이에 독립해서 이 집에서 나가버렸거든요

그렇게 떠났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방한벽지를 사서 제단해서 붙이고 있는 모습이 너무 질리기도 하고
치우고 버려도 끝이 안나는 이 짓이 너무 원망스럽기도 하네요

남들은 돈이 없어도 빌라 전세를 살면서, 아님 임대아파트를 살면서 편하고 깔끔하게 사는데
왜 몇십억 쓰러져가는 집을 품에서 놓지 못하고 끌어 안고 살면서
서울역 노숙자보다 더 못하게 사는지..


이번에 제 초등학교1학년 공책부터 다 버리면서
저를 낳기 전 엄마가 쓴 가계부도 다 버리면서
거기에 적혀있던 물가..그리고 일기도 읽게 됐는데
10년만에 어렵게 임신한 엄마한테 매일 아침 갈아주던 당근주스 대신 들기름에 노른자를 줬다고 못배운년이라고 욕을 들었다는 내용이 있도라구요
아빠의 90년대 업무일지 일기에 보니
어제 술마시고 또 딸을 때렸다. 인간보다 못한 놈이다. 어젠 술값으로 300만원 그저께는 250만원 며칠동안 술값으로 천만원을 썼다. 아내가 알면 놀랄거고 딸이 불쌍하다. 친구 아들이 서울대에 들어갔다 딸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모르겠다

이런 내용들..
왜 버리지 않고 모아두어서 나까지 읽게 하는지

저렇게 살아놓고 내가 어떻게 제대로 크길 원했던건지

부모 더이상 원망하지 않고 잘 살아볼려고
나를 감정적으로 평생 허우적 거리게 만든 엄마와도 거리두고
정말 부모도 가족도 없이 결혼도 안한채 혼자 잘 그래도 살아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진짜 돌아가시는줄 알고 일차적으로 너무 힘들었고
엄마 입원하셔서 집이 비는 동안 이때가 찬스같아 집을 며칠이고 치우고 버리고 고치며 이차적으로 또 여러감정이 올라와서 힘드네요

가족이 힘이 되는 사람들이 부러워요
나에겐 가족이란 평온했던 내 마음을 유일하게 힘들게 하는 사람들
아무 도움 안되는 사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

너무 외롭고 기댈고 없고 꿋꿋하게 살다가도 다시 무너져내리는 마음

다른 외동딸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합니다
정신병 걸린듯 집을 안치우고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며 사는 부모를 둔 사람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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