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좋은 일에 굳이 나쁜 말 하는 심리

요즘 대입 결과로 희비가 엇갈리는 걸 보니 생각나서요.

좋은 일을 순수하게 축하해주지 못하고
꼭 말 보태거나 입 삐죽거리는 사람들 있잖아요.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엄마가 그런 적이 있어요.
제 어릴 때 절친이 결혼해서 엄마도 다른 친구 어머니들과 왔어요.
저는 늦게 도착해서 엄마 옆에 가서 앉았는데
친구를 멀리서 보니까 참 이쁘더라구요.

누구가 오늘 참 이쁘다 그랬더니 엄마가 입을 비죽거리면서
얼굴 다 고친 거 아니니? 
뜬금없이 그러는 거에요.
어릴 때 보고 오랜만에 보니 젖살이 빠져서 코도 오똑해보이고 눈도 커보이고
그럴 수는 있는데 갑자기 이게 무슨 소리지 싶은 거에요.

아니야 엄마, 얼굴 그대론데 뭐. 

평소에 합리적이고 인품 좋다 소리 듣는 사람인데 
우리엄마 왜이러지 싶었어요.

제가 평소 타고싶던 좋은 차를 샀어요.
그 전 차가 너무 오래되어서 친구들이 질색하던 터라
잘 샀다고 다들 좋아했어요. 

오랜만에 어떤 지인을 만나서 차 바꾼 얘길 했더니
제 차보다 훨씬 아랫급 차와 같은 플랫폼 쓰는데 왜 그걸 샀느냐고?

제 것보다 훨씬 비싼 수퍼카도 동일 플랫폼 기반으로 설계된거에요.
플랫폼이 차 성능과 무관치는 않겠지만
플랫폼만 같다고 같은 차가 아닌데 무슨 소리인지.
이런 걸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인데.
차라리 혼자 쓰는데 뭐하러 그런 큰 차를 샀어 하면 이해가 될텐데요..

선배 아들이 서울의대 수시로 합격했어요.
말도 없는 사람이 페북에 자랑을 다 했더라구요.
저는 애가 없어서 그런가 제 조카 합격한 것같이 좋더군요.
선배 너무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고 자기 서울대 붙은 것보다 두 배 더 좋대요.
한 턱 쏜다고 보자고.

그런데 서울대 출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느니 
시간 지나봐야 안다는 둥
의사 그거 뭐하러 하려느냐는 둥
독똑한 애들이 과학자 안 되고 의사 되려고 해서 큰일이라는 둥
별별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여기서 봤나 치대 붙은 애 얘길 했더니 그거 노가다인데 어쩌고.

지인의 좋은 일 앞에 두고도
순수하게 축하한다는 말이 안 나오는 사람들이죠.

어제 예전 과외 학생 글 썼는데
첫 댓이 하필 이런 글이더라구요.
애를 잘 가르쳐야지 경희대 한의대 보내서 어떡하냐는 얼척없는 소리를.

이게 대개 질투하는 인간의 심리같애요.
순간적으로 질투와 열등감에 눈이 멀어 입에서 말이 저절로 나오는 거죠.

마치 우리 엄마가 본인 딸은 시집 못 갔는데
딸 친구가 이쁘게 하고 결혼하는 거 보니 눈이 돌아가서 
저거 얼굴 고친거지?
하는 소리 튀어나오듯.

가끔 서글퍼요.
나도 나이들면 저리 될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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