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 전에 가르친 제자 이야기 글 읽다가 저도 생각나서 ....
초등 5학년때부터 가르쳐서 대학까지 보낸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착하고 순한 편인데 공부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어요.
첫날 면담을 갔을 때 간단한 문제를 풀어 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데 제가 그동안 본 글씨 중에 가장 잘 쓰는 글씨였어요.
그래서 왼손으로 글씨를 어쩌면 그렇게 잘 쓰냐고 칭찬을 했는데 그 말 한마디가 8년 동안 아이가 저를 잘 따르게 된 계기 였더군요.
학교 담임이 아이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트집 잡아 아이를 지독하게 괴롭히고 왼손으로 글씨 쓰는 버릇 고쳐 준다고 아이를 방과후에 남겨놓고 왼손을 의자에 묶어 놓기 까지 했더군요.
(이건 아주 나중에 안 사실입니다. 당시는 부모님들도 몰랐어요)
왼손 글씨를 칭찬해 준 사람이 제가 처음이었답니다.
학원도 안 가겠다 고집하고, 과외도 번번이 선생님들 질려서 물러나게 했던 아이였는데 저랑 8년을 공부해서 서울대 경영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했습니다.
사교육은 저랑 공부한 수학 한 과목 뿐 나머지는 혼자 공부 해서 대학을 갔는데
중학교 때 게임에 빠져서 아예 공부를 손에서 놓았던 시기에도 제가 내주는 수학 숙제는 한번도 미루지 않고 하더군요.
저희 집 아래 층 살던 아이라 맞벌이 하는 엄마 대신 간식도 챙기기도 하고 저희 아이랑 레고 만들기도 하면서 가족처럼 지냈습니다.
시험기간에는 수업시간 안 따지고 불러서 공부도 시키고 ...당시는 제가 저희 아이도 어렸고 제가 대학원 박사과정이라 이 아이 한 명만 가르쳤으니 가능했죠.
중간에 이 아이 아빠 사업이 크게 망해서 아빠는 미국으로 피신하고 빚 갚느라 경제적으로 어려워져서 1년 정도를 과외비 안받고 가르치기도 했어요.
고1 때부터 정신 차리고 공부를 시작해서 고2 2학기에 전교 1등으로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서울대에 합격했을 때는 제 아이가 합격한 것 만큼 기뻤습니다.
당시 아이가 추운 날씨에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저희 집에 뛰어 올라와 합격했다고 폴짝 폴짝 뛰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홈피에서 등록금 고지서를 프린트 해서 내야 하는데 금액이 '0'으로 나와서 오류인가 싶어서 몇 번이나 프린트를 다시 하다가 학교에 전화를 해서 수석 입학인 것을 알았다고 아이 엄마가 전해 줬어요. ^^
지금은 아주 큰 외국계 투자회사에 임원으로 거액의 연봉을 받으며 다니고 있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죠.
이 아이 엄마가 강남에 사는 자신의 시누이를 소개 시켜줘서 그 인연으로 강남에 과외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한번에 과외비가 3배가 되더군요. ㅎㅎ
그 전에는 강북에서 했습니다.
줄줄이 과외가 들어오고 고3수업 끝나면 명품 가방들을 선물로 주셨어요.
그 중 한 분은 유명한 연예인인데 (지금도 활동하고 계시는) 집이 엄청 넓은 고급 빌라.....
2012년 부동산 하락기에 학부모가 자신의 조카가 집을 팔려고 내놨다고 일원동 아파트를 사라고, 아주 좋은 기회라고 추천해 주셔서 말도 안되게 싼 값에 사게 된 것이 지금 제가 가진 자산의 시작이었습니다.
이제는 나이가 많아 은퇴를 했지만 지방 국립대 출신의 제가 결혼으로 서울에 와서 과외교사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은 그 때의 좋은 인연이 시작이었네요.
대학 졸업 후 유학을 가기 전까지는 스승의 날 마다 꽃을 들고 오던 아이가 내년에 결혼 한답니다.
결혼식에 가야하는데.... 클났어요.살 부터 빼야지..............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