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명 아이들과 함께 코로나에 걸려서 2번째 격리 중입니다.
전 요즘 유아교육의 현실에 매우 착잡합니다.
눈앞의 표에 목자른 자들이 일의 순서를 망가뜨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보아도 무상교육보다 의무교육이 먼저일텐데,
사립유치원 학부모부담금 제로화를 공약으로 내 건 교육감들이 있었고
놀이중심.유아중심이라는 선진적인 교육과정을 제정만 해놓고는
지침에 어긋나는 파행 운영을 하는 곳들을 묵인해주어
국가수준 교육과정 운영에 진심을 다하는 유치원들이 도리어 유아모집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OECD 가입국가들은 유치원 의무교육화 추세임에도
고등학교는 의무교육화할지언정(물론 매우 올바른 방향입니다)
한 아이의 일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초교육인 유아교육 의무화는 나몰라라 하고 있는 나랏님들.
지금의 유치원들은 유아모집이라는 정글 속에서
한글, 수 학습지 부활은 물론이요
유아코딩이라는 이름으로 과연 교육적 가치가 있나 싶은 저열한 사교육 업체들이
판을 치고 있습니다. (특성화활동 강사비만으로는 턱없이 비싸기 때문에 학습재료비 명목으로 웃돈을 얹어주죠, 유아모집을 위해서, 학부모를 현혹시키기 위해서요)
생각을 해보세요. 커다란 바둑판 같은 것이 있습니다.
귀여운 로봇 모양의 기계에 사방 화살표 키를 순서대로 입력합니다.
로봇은 그 명령을 수행합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한 유치원 교사인 저는 기가 찹니다.
장난감 자동차를 격자무늬 매트에서 스스로 굴리고 방향을 바꾸는 게 유아에게 더 의미있는 배움이 아닙니까?
소수의 족벌 사립유치원들은 한 아이당 한 대의 태블릿PC를 마련하여 디지털 교육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공립 유치원도 내년에는 만5세에 한해 유아코딩 특성화활동도 하고, 디지털 기기 구비 예산도 신청할 것 같지만
순도 100 아날로그 교육에 더 힘쓰는 2023년이 되어야겠다, 생각하며
양질의 그림책을 고르는 작업 중입니다.
저는 유아들까지 앱을 이용한 출판을 경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꼬물꼬물 작은 손, 서툰 글씨로
직접 책을 만들고 싶어요.
다른 일로 이직해야겠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 중에 있으면서도
저는 유치원을 사랑하며
내년에는 더욱 아이들에게 의미있는 생생한 활동으로 하루 하루 즐겁게 생활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