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후 하루도 맘 편한 하루를 보내지 못했습니다.
아이 수능 성적이 그 지경인게 부모가 못나서 이런 동네 살아서 대치동 현강 못 보낸 제탓인거 같아서,
제가 뒷바라지 잘 못해줘서인것 같아서,
허벅지가 피멍이 들도록 꼬집고 또 꼬집었습니다.
어제 6장 마지막으로 다 떨어진걸 확인하고, 다 큰 아들놈이 눈물을 글썽이는걸 보면서, 어깨를 두드리며 괜찮다고, 아빠도 재수했고 사촌형과 누나도 재수했지 않냐며, 긴 인생에서 그깟 1년 아무것도 아니라고 격려해줬고,
더 밝게, 더 쾌활하게 아이 앞에서 의연한듯 행동했습니다만,
사실, 전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ㅜ.ㅜ
재수비용 월 3백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벌써부터 앞길이 막막하고,
고2 동생 학원을 덜 보내야 하나, 대출 이자는 자꾸 오르는데 어디를 줄여야 하나, 답이 안나오는 상황에,
이 모든게 원서 잘 못써준 내 탓(하향 안정을 더 썼어야 했는데 아이 실력을 믿고 그러지 않은 내 죄), 아이 뒷바라지 못한 내 탓 같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입시 사이트에 우리 아이가 떨어진 대학 합격 수기가 주르륵 올라오는걸 보니 더 가슴이 먹먹합니다.
저도 위로가 필요한데 아무데도 말을 못하겠습니다.
제 주변엔 겉으로 태연한척, 의연한척 해야 할 곳만 있네요.
마음이 너무 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