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12시 체크아웃을 앞두고..

따뜻한 나라에 여행을 왔습니다. 코로나 동안 안나갔더니 여권 만료된지도 모르고 지냈네요. 아들 둘, 남편 챙겨 특가로 뜬 에어텔 후딱 예약해 와서 넘 좋네요. 심지어 올 인쿨루시브.. ㅋㅋ

남몰래 임신한 셋째를 배에 품고 15주만 되면 여행가야지 생각하며 지냈거든요. 나이 있으니 조심해라 마라 얘기 듣기도 싫고 복덩이니 어쩌니, 이 험한 세상에 왜 낳냐 소리 듣기도 싫어서 입다물고 이 주수까지 왔네요. 물론 남편이랑 의사쌤과 절친 두어명은 알고 있어요. 여행 떠나기 전, 뱃속 아이가 다운증후군 고위험군에 들었단걸 알았어요. 이틀은 심난했는데 낳아야지 싶네요.

누군가에게 말하면, 아닐거야. 양수검사까지 해 봐야 알지 라고 말하겠죠. 틀린말 아닌데.. 일종의.. 나의 불행을 다른 이에게 전가시키는 느낌이라.. 그런 생각도 하기가 싫더군요. 수많은 글들.. 고위험이었지만 양수검사후 아니었다는 그런글들도 위로가 되기보다 또 다른이에게 상처일 수 있겠다싶고..
그냥.. 내가 받아들여야지 싶었어요. 조금 알아보니.. 다행히 다운증후군은 스스로는 행복도가 높은것 같아서 내가 양육만 잘 해주면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겠다 싶더라구요. 비교적 수명도 짧은편이라 위에 두 아이에게 신세안지고 캐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다행히 임신 알자마자 30세 만기 태아보험이라도 가입해둔게 천만 다행이다 싶네요.

남편은 장애아는 못키운다 입장이 완고해서 한국 돌아가는데로 검사하고 결정하자는 주장이던데.. 낳음당했다는 세대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낳음 당하는 걸 결정하는것도 어려운 일이네요.

다행히 좋은 의사분께서.. 제가 결정하는데로 돕겠다던데.. 제가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선생님, 문제는요.. 제가 원하는걸 모르겠단거예요. 그걸 정말 모르겠어요. 그러고는 진찰실을 걸어나왔는데.. 실은 아직도 잘 모르겠네요.

둘째가 일곱살인데 너무 착하거든요. 남들은 이쁘다 하지 않아도 내 눈에는 내 자식이 참 기특한데.. 어제 저녁 우아한 식당에 가서 남편과 두명만 앉아있을 때, 자기야 다운은 7살 정도의 지능에 머무른데.. 셋째가 평생을 7살로 살아가면서 평생을 우리 둘째 같다면 그 나름으로 예쁘지 않을까? 그랬더니 아무 말이 없더라구요.

영민한 셋째가 엄마 욕심 내려놓기 작전으로 이런 이벤트가 일어난거면 좋겠다 하는 이기적인 마음이 제일 크네요.
전부 다 모르겠고 언제 입겠나 싶어서 가슴 어깨 훅훅파진 예쁜 옷 입고 마지막 채비를 합니다. 아직 다 포기하기엔 나도 젊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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