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너무너무 사랑했던 전 남친이 있었어요

20대에 만나 38살에 헤어진 동갑 남자친구가 있어요.
싫어서도 아니었고, 그냥 너무나 익숙함이 그때는 견딜 수 없어 그렇게 서로의 손을 놓았습니다.
좋은 사람이었어요. 멋있는 사람이었구요. 10년 넘게 함께 했지만 가슴속에 너무 멋진 모습으로 남아 있는 그.

헤어지고 1년은 많이 힘들었어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나중에 후폭풍처럼 오는 감정이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해외 근무를 자청해서 미친듯이 일만하며 살았습니다.
일하면서 다가오는 사람도 있었고, 사소한 로맨스도 있었지만
너무나 힘든 하루를 보낸 이후엔 저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연락하고 있었어요.
그 사람도 밀어내지 않고 오랜친구처럼 따뜻하게 토닥여 주었어요. 그렇지만 한번도 만난적은 없었습니다.

헤어지고 3-4년쯤 지났을때, 간헐적인 연락조차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독하게 끊어내었어요.
어차피 그 사람은 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리고 그때부터 5년이 지난 오늘, 우연히 행사장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전 남친과 마주쳤습니다.
흰머리가 희끗한 미중년의 모습. 여전히 맑고 차분한 음성, 헤어질때 보다 많이 나이든 모습인데
제 눈에는 스물일곱살 강남역에서 소개팅할때 보았던 그 청년의 모습 그대로에요.

애써 담담하게 반갑게 인사를 건내고 긴 말 하지 않고 돌아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습니다.
더 이상은 일이 되지 않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울고 있네요. 
마음이 너무 아프고 아리고 미칠거 같은데, 누구에게도 말할 수가 없고
왜 이렇게 아픈 마음인지 저 자신을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고스란히 그와 함께 보낸 젊은 날의 제가 그리워서일까요.

위로받고 싶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고 얘기해주세요. 

==================================
그 사람도 싱글이에요. 여러가지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했었고, 저는 그걸 알고 만났습니다. 저를 먼저 버릴 사람은 아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식어버린 마음을 나만 잡고 있다고 느꼈을때, 헤어지자 했고, 그 사람이 헤어져 주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저도 마음을 줄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싱글이지만, 원망은 안해요. 어제까지는 너무나 씩씩하고 즐겁게 잘 살았는데, 오늘 갑작스런 만남에 완전히 무너지네요. 아직도 잊지 못한걸가요. 이제 헤어진지도 10년이 되어 갑니다. 절망적이네요. 

어차피 둘다 혼자 살거라면, 힘들때 위로를 줄 수 있는 친구라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헤어진 후 가끔 연락하곤 했지만, 어차피 친구가 아니었고 함께 한 세월이 있는 이상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채 그런 관계를 유지하면 결국 상처받게 될거라는 걸 느끼고 끊어내었습니다. 너무 혼자도 잘 사는 사람이고, 내면이 깊은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지만 함께 있을때 의지가 되면서도 외로울 때가 많았어요. 그 남자를 만나지 않았다면 저는 가정을 이루고 평범한 삶을 살아갔겠죠.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