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다 하는 건 아니고 2-3일에 걸쳐서 해요.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 한 번 말해보려고요.
솔깃하신 분들이 계실까요? ^^
* 김장 전
- 김장 장을 한 번에 보지 않고 10월이 시작되면 슬슬 하나씩 사기 시작한다. 소금, 마늘, 고춧가루, 젓갈, 김장봉투는
장 볼 때마다 하나씩 사다 놓는다. 마늘은 미리 까서 김냉에 넣어 놓는다.
*김장 1일
- 배추, 무, 대파, 쪽파, 갓, 생강을 사온다. 이 날 저녁 먹고 찹쌀풀을 쒀서 베란다에 놓고 잔다.
*김장 2일
- 배추를 뺀 재료들을 모두 씻어 채반에 펼쳐놓은 다음 무와 마늘을 갈기 시작한다. 쉬지 않고 연속해서 계속 갈면 모터가
타니까 간간히 무와 마늘을 갈며 사이사이 다른 재료들을 썬다.
김냉 통 두 개를 놓고 한 통에는 파, 갓 썰은걸 넣고, 한 통에는 간 무와 마늘을 넣는다.
- 무와 마늘을 다 갈았으면 이 통에 찹쌀풀과 고춧가루를 넣고 불려 놓는다.
- 저녁 먹고 배추를 절인다. 소금을 푼 물에 반으로 자른 배추를 풍덩 담갔다가 김장비닐에 넣고 두꺼운 안쪽 이파리
사이사이에 소금을 뿌리며 넣어 준다. 김장비닐 하나에 두 포기를 이렇게 차례대로 넣어 묵지 않고 뒷베란다에 놓는다.
(2포기가 넘어가면 들고 이동하기가 무거워요.)
- 이렇게 다 했으면 베란다로 나가 봉지마다 베란다에 있는 호수로 배추가 잠길만큼 물을 넣어 꼭 묶는다.
*김장 3일
- 아침 먹고 뒷베란다로 나가 가위로 김장비닐을 잘라 그 자리에서 물을 빼서 작은 부엌 창문으로 배추를 씽크대에
던진다?^^
- 싱크대에 큰 채반 하나를 두고 배추를 씻어 건진다.
- 배추 물이 빠지는 동안 재료들을 다 섞는다. 섞는 과정에서 재료가 넘치면 다른 김냉통을 이용한다.
- 2-3 시간 후에 속을 바른다. 속을 바르기 시작하기 전에 고기를 올려 놓는다^^
-저녁에 가족들과 김장김치와 보쌈을 먹는다 ^^
* 자잘한 팁
- 무를 다 채썰지 않는다. 90%는 갈고 10%만 채썬다. (무를 갈아서 넣으면 무를 골라내지 않고 많이 먹게 됨)
- 마늘과 생강을 너무 많이 넣지 않는다. (경험상 너무 많이 넣으면 쨍한 맛이 안 남)
- 젓갈도 정해진 것 없이 아무거나 넣으면 된다. (저는 멸치4.5, 까나리 4.5, 새우젓 1을 넣습니다.)
- 설탕은 배추 10포기에 3-4 큰 술만 넣는다. (극히 소량이지만 맛 차이가 분명히 있다.)
- 배추 1포기 기준 소금 한 컵(250ml), 찹쌀가루 80ml에 물 8배, 젓갈은 간을 보면서 넣는다.
(양에 대한 강박을 버리고 자유롭게 하세요. 조금 더 넣고, 덜 넣고가 큰 차이가 없답니다^^)
*가만히 김치의 유래를 생각해보면 늦가을 더이상 밭에 놔두면 얼어버릴 배추와 무, 마늘 등이 가 아까워 소금에 절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가며 젓갈, 고춧가루 같은 맛잇는 재료들이 첨가 되었겠고요.
즉, 김치는 그저 소금에 절여도 맛있으니 집집마다 했었을 것이니 부재료에 너무 목숨 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저의 방법대로 김치를 담그면 예전 할머니(현재 96세) 댁이나, 2-30년 전 깊은 시골 식당에서 먹었던 김치 맛이 납니다.
감칠맛 나는 김치를 원하시면 이 재료들에 배, 양파를 추가하고, 설탕을 더 넣으면 되고요.
배추 2포기 하고 몸살 났다는 글 읽고 한 번 써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