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자랑할 데가 없어서..

큰 딸이 초등학교 때 보내줬던 영어학원 말고는 사교육을 안 받았어요.
( 피아노나 미술은 지가 원하는 만큼 다 다녔어요)
그래도 지방 소도시라 중학교때까지 전교에서 놀았어요(전교3등으로 졸업)

고등학교를 아이가 원해서 옆 도시의 자공고로 보냈는데
거기서 진짜 사교육의 위력을 봤지요.
애들이 초등학교때 수학의 정석을 떼고
자공고 대비 예비수업을 몇년을 하고 입학을 했더라구요.

나름 공부 좀 한다는 아이가 중간고사 보더니
정시로 가야겠다고....
속상하고 미안하더라구요. ( 사교육 안시켰다기보단 본인이 진심 싫어했어요. 아빠가 고등 수학교사라 스스로 공부하며 도움 좀 받기만 했거든요)

여튼 아이 응원이나 하고 떨어져 사는 아이 먹는거나 잘 챙겨주는 것 만곤 암것도 못했어요. 사교육 금지된 학교지만 다들 알음알음 과외 다 하던데 우리 아이는 인강도 필요없다하고 문제집이나 원하는 거 사달라 하더라구요.

그렇게 혼자 공부해서 수능 봤는데 그 해 불수능에 특히 국어가 어려웠던 해였는데.. 국어 1등급, 수리가형 2점 모자란 2등급( 환산하니 거의 1등급이랑 별차이 안나더라구요), 영어를 망해서 2등급.받았어요.
여기까지 확인하고 잘 하면 지거국 수의대 가능하겠다 했는데..
모의고사 내내 1등급 놓지 않던 화학을 5등급 받아서...

고민 많이 했는데.. 본인이 경북대 화공과로 결정해서 입학했어요.
인서울은 sky아닌 이상 자기 생각엔 별 메리트 없다고...

집에서 두시간 떨어진 대구에서 4년을 살며 혼자 이것저것 치열하게 살아내더라구요.
부모는 그냥 기숙사 불편해 하는 아이 원룸비 안밀리게 내주고
등록금 대주고 많지 않은 용돈 꼬박꼬박 주는 정도.

이제 졸업 앞뒀는데
대기업 입사했어요. 내일 최종 발표 메일 오는데 금욜에 인사과에서 연락왔대요. 전산문제로 최종발표가 넘 눚어져서 걱정하고 계실까봐 미리 전화준다고...

대기업 몇군데 중에 화공과에서 제일 가고싶어하는 곳이었는데
결정나서.. 본인도 좋아죽고 저도 기특하고 대견하고..

주변에 다들 취업이 안돼서 걱정하는 분들이 많아 대놓고 자랑할 데가 없어서
여기서 주절주절 떠들고 가요.

중간중간 속상한 일 많아도 아이 믿고 멀리보자..했었는데
오늘 정말 기분 좋아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