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19금) 미치도록 위로하고 싶었다

나는 어디선가 이런 글을 보았다.

 

 

누군가를 위로하고 싶다면 말이나 글로 위로하려고 들지 말고 그에게 고기를 사주고 돈을 주어라.

 

 

나는 과연 그러하구나 생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또 이런 글을 보았다.

 

 

남자친구가 집안일이나 회사일 진로등으로 괴로워하고 있을 때 이러저러한 위로의 말은 다 필요없고

 

 

오빠. 가슴 한번 만지게 해 줄까. 하라고 했다. 연애경험이 없는 나는 눈이 번쩍 떠지는 이러한 글귀에

 

 

오. 정말 남녀관계란 그러한 것인가. 하며 이 또한 마음에 새겼다.

 

 

 

 

 

 나는 남편과 함께 일을 한다. 7년째다.

 

 

 

나는 매일 생각한다. 밥을 먹는 일은 이다지도 고단하구나. 밥을 벌어먹는 일은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터와

 

 

다름없구나. 지난 12년간 전쟁터에는 남편 혼자만 있었다. 그가 봄가을에 입는 짙은 회색의 회사 점퍼를 입고.

 

 

여름에 입는 연하늘의 회사점퍼를 입고. 겨울이면 유난히 더 초라해보이는 짙은 파랑색의 회사 솜점퍼를 입고

 

 

전쟁터에서 혼자 고군분투하며 나와 아이를 먹여 살리고 있을 때

 

 

 

나는 잘 닦여진 거실의 소파나 식탁의 의자에서 커피를 마시고 빵을 먹고 컴퓨터로 글을 쓰며 지냈다.

 

 

 

 

 

세상이 전쟁터인지 몰랐다.

 

 

 

그리고 7년전 나도 여기로 나왔다. 우리 부부는 자영업자가 된 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늘 여기에 있다. 이 곳은 전쟁터다. 먹고 사는 일은 전쟁이다.

 

 

 

대체 왜 사람들이 그러는지 알 수가 없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별일도 아닌 일에 화를 내고 무례하고 미안한 줄을 모르고 간혹 파렴치하기까지 하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다가 못 견디겠다며 집으로 가버린다. 무책임하다. 한번도 끝까지 책임진 적 없이 살아왔구나 생각한다.

 

 

 

 

그리고 남편이 집으로 돌아온다.


 

 

세상의 짐을 다 진. 태산만큼 삶을 짊어진 남편이 돌아와 잠시 쉰다.

 

 

 

 

하루종일 일했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남편은 새벽까지 잠을 자지 않고 남은 일들을 정리한다.

 

 

 

어떤 날은 아무리 늦게 누워도 잠이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남편이 말할 때 남편을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내일까지 해야 할 서류가 산더미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한번 해 줄까.

 

 

 

 

 

그러자 남편은 퇴근하고 한번도 쳐다보지 않았던 내 얼굴을 보았다. 당혹과 놀람이 뒤섞인 얼굴이었다.

 

 

눈이 등잔만하게 커졌다. 그러면서 남편은 금방

 

 

마치 조선시대 지체높은 학자같이 엄한 얼굴이 되어  나에게 말한다.

 

 

 

 

아이도 있는데 쓸데없는 소리를.

 

 

 

 

 

남편이 너무 준엄하게 나무라 나는 이게 먹히지 않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안 먹히는 구나. 위로할 수 없구나.

 

 

하긴 나는 늙었고 우린 너무 오래 살았고 그런 게 먹힐리가.

 

 

 

하고 생각하며 나는 또 한편 다행이다 하며 퇴장한다.

 

 

 

 

 

 

 

나도 힘든 하루를 보내었으므로 나도 너무나 어지간히 지쳤으므로 그들이 어지럽혀 놓은 집을 정리하고

 

 

 

자려고 누웠을 때

 

 

 

남편이 평소보다 일찍 왔다.

 

 

 


그리고 말했다.

 

 

 

 

 

한번 한다며.

 

 

 

 

 

그래도 너무 쉽게 받아 줄 순 없다. 나는 그렇게 쉬운 여자가 아니다.

 


 

안 한다며.

 

 

해 준다며.

 

 

아까 안 한다며.

 

 

 

튕겨본다. 실랑이를 해본다.

 

 

 

 

 

그리고 우리는.

 

 

 

 

 

 

 

(불이 꺼지며)(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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