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감 얘기가 나와서 써봐요

아래 단감얘기 써주신 분이 있어서

그냥 감 얘기 해보려고요


시골에서 나고 자랐어요

고향마을에 감나무가 정말 많았어서

늦가을이며 감나무에 매달려 붉게 농익은

홍시 따러 다니는 게  놀이였죠


바구니 옆에 끼고

감따는 대나무 망 들고 다니거나

그냥 감나무에 올라가서 붉게 익은 말랑말랑한

감을 손으로 살포시 감싸서 터지지 않게 따서는

바구니에 담으면 너무 행복했어요.ㅎㅎ


늦가을에 감나무 아래 서면

낙엽 냄새랑 익다 못해 곯아 떨어진 홍시감의

냄새가 가득했고요

가끔 낙엽위로 홍시감이 떨어져 살짝 터질락 말락 찌그러진

홍시를 주워서 먹으면 그게 또 그리 맛있었는데요.


우리가 먹는 감은  고욤나무에 접목을 해서 만들어진 거라고 하는데

시골 마을에는 고욤나무도 있어서

손톱만한 고욤이 검게 읽으면 그거 털어서

고욤만 항아리에 넣어놓고 겨울에 찐득한 고욤을 퍼서 먹기도 했어요

고욤은 작고 씨가 반. 고욤 과육은 되게 말린 건포도 같이 딱딱 찐득해서

그냥 먹기가 좀 힘들었어요.


넙데데하고 큰 쑤시감은 익으면 과육이 찰지게 홍시가 되어서

반으로 쪼개면 결이 보이는. 흘러내리거나 이렇지 않고 찰진 과육이지만

달콤해서 입에 넣으면 입에 한가득 채워지는 느낌.

쑤시감 매력있어요


근데 저희 시골은 이렇게 납작하고 큰 감을 쑤시감이라 했는데

쑤시감으로 검색하면 일만 감이 나와서  지역마다 다른가? 싶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건 먹감.

감이 멍이 든 것처럼 군데 군데 까맣게 있는데

이 먹감은 익으면 감 과육도 과육이지만 껍질이 쫄깃하고 맛있어요

껍질채 먹어야 진한 감의 맛을 다 느낄 수 있고요

먹감을 참 좋아했는데...


그리고 또 하나..

이 감의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는데

보통 감이 늦가을에 붉게 익어서 홍시를 먹거나

익기 전의 감을 따서 곶감을 만들거나 하고

나무에서 익다못해 농익은 감은 땅으로 떨어져 버리거나 하는데


이 감은

붉게 익지 않고 그냥 갈색으로 익는다 해야 하나..

한겨울에 사방에 눈이 내려서 열매란 열매는 찾기 힘들때에도

이 감나무에 감은 흙갈색으로 익어 매달려있는데

이 감의 속살도 거무튀튀해요

근데 따서 먹어보면 달콤하니 맛있어요


저희 동네에 딱 한그루 있던 감나무인데

겨울이면 동네 애들이 밭 주변에서 눈싸움이나 썰매타고 놀다가

이 감나무에 달린 감을 간식처럼 따먹기도 했어요.


밭 하나에 큰 감나무가  두세그루씩  심어져 있어서

가을이면 주황빛, 붉은빛 감이 사방에서 익어갔는데

젊은이들이 줄고

노인들이 많아지고

마을도 나이 들어가니

어느순간 감나무들을 다 베어 버리더라고요


예전처럼 감을 많이 먹지도 않고  먹을 애들도 없고..

이젠 마을 전체 감나무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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