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따뜻한 옥수수 물을 끓이는데...

냄비에 물을 팔팔 끓였어요
옥수수 넣고 고소하게 끓이다가
불 끄고 김이 모락모락 새어 나오는걸 보다보니
여기,
신축아파트 내집 마련해서 이사오기 전에 살던
낡고 오래되어 여름엔 찜질방 겨울엔 냉골이던
집에서 겨울에 따뜻하게 옥수수 물을
팔팔 끓여
웃풍쎈 방안에 가져다 놓고
잠시라도 따뜻해진 공기에 훈훈했던 기억이
새삼스레 기억 나더라고요

워낙 건물이 오래되어서 문제도 많고
구조가 특이한데다 한면이 다 통유리로
마감이 되어있던 요상한 빌라 건물.
에어컨도 설치할 수 없는 구조에다
여름엔 비가 새서 곰팡이가 피고
한여름엔 벽도 뜨거운 곳
겨울엔 사방으로 열기가 빠져나가
뽁뽁이고 커튼이고 다 해도 차가운 공기가
가득해서 음식하면 추운 공기에 몸에 힘이
들어가고 손은 빨갛던.

그런 곳을 해가 잘 들어 밝아 좋다는것만
보고는 들어갔었어요
그전에 살던 곳도 워낙 오래된 다세대였는데
빛이 잘 안들어와서 아쉬웠거든요.

그랬었는데.
그렇게 단련되어서 그런지
신축아파트 창호 좋은 곳에 있으니
창문을 닫으면 바람이 부는지도 모르게
새어 들어오는 바람이 없어
아직은 추운지도 모르겠어요

물 끓이면 당연히 방안으로 가져다놓고
공기를 훈훈하게 만들던 그때가 생각나
그냥 지금 참 감사하구나 싶은.

행복하다. 하지 않은건
사실 그때도 참 행복했거든요
덥고 춥고 몸이 힘든건 많았지만
열심히 살고 열심히 벌고 아끼며 내집 마련을
위해 열심히 살던 순간순간의 추억들이
고생스러웠으나 참 행복한 시간이 많았어요

물 끓이다 옛 생각에 글이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윽. 정신차리고
세탁기 돌려놓고 밖에 일보러 나갔다 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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