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아이에게 받은 선물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요^^


아이가 엄마 선물이라며 전자책 읽는 기기를 사다주었어요 
전자책을 좋아하지도, 관심도 안주던 저에게 약간은 뜬금없는 선물이었어요 


저는 종이책을 좋아해요 
약간은 누렇고 가벼운, 손에 스치는 종이의 질감을 좋아해요
또한 손으로 한장한장 넘기는 맛과 밑줄도 치고, 다시 보려고 코너를 접어놓았던 페이지들을 이리저리 펼쳐보는 재미도 좋아해요
아랫단 구석에 작은 그림을 그려넣고 종잇장을 후루룩 넘기면 짧은 동영상처럼 그림이 움직이는 장난질도 종종 하고요^^


반면, e-book 리더는 인조스런 형광불빛과 맨들맨들한 기기표면이 읽고싶은 책도 멀리하게 만들고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읽는 독서의 감각적 경험을 앗아간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단어 뜻이나 떠오르는 단상을 끄적거릴 공간도, 내 손짓도 허용되지 않으니…
종이뭉치가 아닌 기계를 들고 읽는 것도 반갑지 않은 느낌이고


그런데 요넘은 받아들고 보니 뭔가 끌리네요
손에 잡기 부담스럽지 않은 귀여운 크기에 가벼워서, 구석에 박아놓은 핸드백 찾아서 컴팩트처럼 쏙 넣어다니고 싶은 느낌
군더더기없는 몸체에 표면은 유리의 이질감이 아닌 불투명 코팅지를 바른듯 촉감도, 눈도 편해요 
전원을 키니 무광택 종이책 느낌에 글씨도 잉크 그대로!
단어를 찍으면 뜻도 바로 나오고, 하이라이트도 하고, 생각들 끄적여놓으면 어느 책의 몇페이지에 해놓은건지 알아서 정리도 대신 해주네요 
무엇보다 좋은 건 자기 전 누워 책볼 때 불켜고 끄고 신경 쓸 것 없이 조도 조절해가며 읽고 책들고 페이지 넘기는 수고가 필요없다는 것^^


아니 이런게 있었다니…
훅하고 끌리는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해보니 더 더 마음이 가고, 저것이 내것이라는 사실에 입이 헤 벌어져요 ^^
책을 고르고, 아이에게 파일 포맷 바꾸는 법도 배워서 책들을 담아넣기 시작했어요 
얼마전 주문한 종이책들은 책꽂이에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책상에 쌓여있는데 요넘은 꿀꺽꿀꺽 담는대로 집어삼키고는 아무 일 없는듯 시치미 떼는 모양새가 심히 매력적 ㅎㅎ


어릴 때 아동용으로 읽었던 고전도 원판으로 골라 넣고, 얼마 전 교보에서 약속을 기다리며 읽다 만 책도 넣고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도 넣고, 아일랜드 바닷가 풍경이 그려지는 소설책도 넣고
시간이 날 때마다 읽고 생각거리를 주는 철학에세이도 넣고 
정신없이 넣다보니 저것들 다 읽으면 아직 오지도 않은 긴 겨울이 지나가있을 것 같네요 


세상엔 새로운 것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던 것들도 변화하죠
50이 넘어가니 익숙한 것들에 대한 관성이 생겨 그런 변화에 둔해지고 관심을 잃어가는 것도 사실
하지만 그 세상의 변화가 내 것이 될 때 생각지 못한 즐거움과 혜택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귀찮아.., 나중에 하지~, 너무 복잡해…하면서 놓치는 것은 새로운 기기나 기술이 아니라 그것들이 주는 다른 방식의 즐거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좀 더 부지런해지고, 내 작은 눈과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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