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혹시 현직 통역사 분이나 통대 졸업/재학생 계신가요?

궁금한 점이 있는데 이 질문을 어디 할 데가 없어서
가만 생각해보니 통역사 분들이나 통대생들은 알 거 같아서요.
혹시 노하우를 알려주십사해서 글을 써 봅니다.

저는 미국 생활 20년차이고 미국에서 대기업 다니는데요
다 커서 온 사람인데 영어 정말 잘한다고 액센트가 너는 왜 없냐고
뭐 그런 소리 듣는 (물론 띄워주기 위한 말이겠죠) 
딱히 업무보고 회의하고 이런거에 불편함이 없"었"던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근에 겪은 어떤 일이 있기 까지는요 ㅋㅋ

나름 중요한 회의가 딱 60분 풀로 잡혀있었구요.
회사 전사원이 듣는 라이브 회의라서 다들 들어야 하는 회의였구요.
사장단 고위임원들 프레젠테이션이 있고 후에 큐엔에이로 진행되는 형식인데
문제는 제가 라이브 회의록 작성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죠.

회의 들으면서 노트테이킹해서 나중에 짜잔... 정리해서 마무리 하는게 아니라,
진행되는 와중에 들으면서, 소화하면서, 중요/안중요 내용을 걸러서
중요 내용만 서머리해서 라이브로 바로바로 그룹 챗방(단톡방 같은)에 올리는 형식이었어요.

그간 미팅이야 뭐 수두룩 했지만, 그냥 듣고, 들리는 만큼 이해하고, 안들렸거나 멍때리다 놓쳤거나 하면
뭐 그건 그대로 넘기는 그런 습관에 너무 익숙했었지
이렇게 한문장도 놓지면 안되는 귀를 쫑긋하고 60분간 초집중해야하는 상황에 있었던 적이 없었더라구요.

들은 걸 얼마나 이해했니? 누가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토플 시절 리스닝 이런거야 고작 몇분 정도라서 그거 집중해서 듣고 문제 푸는 거야 어렵지 않았구요.

이 60분 귀쫑긋 듣고 회의록 작성이 너무 어려웠던 이유를 떠올려봤습니다.
1. 일단 집중해서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정말 길지 않더라구요. 조금 지나면 집중이 흐트러져 있고
2. 듣고 이해했다고 한들, 이걸 중요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으로 실시간 분류를 해서 중요내용만 간추리면서
3. 타이핑 빠르게 하면서 오타 없나, 오타 고치고 그러면서 동시에 계속 흘러나오는 내용을 놓지지 않고 듣고...
4. 들은 내용을 타이핑 하는 순간동안에는 기억을 하고 있어야 하고.
5. 그래프나 숫자 나오는 슬라이드는 스크린샷 떠서 따로 또 올리고

하여튼 쉽지 않은 과제였는데 어케어케 하긴 했습니다. 휴....
근데 생각해보면 이걸 한국어로 했었다면 쉬웠겠냐? 이게 또 아니더라구요. 똑같이 어려웠겠죠.
단어단위, 문장단위를 넘어서서 딱히 문단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래도 스크립트가 딱 짜여진 것도 아니고, 구두로 나오는 프레젠테이션이고 나중에 나온 질의응답까지.

그래서 이런 걸 효과적으로 하려면 미국살이 20년차고 뭐고 영어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과
그럼 어떻게 리스닝 공부를 해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1시간 정도의 회의 청취를 소화할 수 있을까
이게 지금 너무 궁금합니다. 

생각해보니 통역부스에서 통역하려면 일단 L1을 다 놓짐없이 들어야 하잖아요.
L2로 풀어내는거야 어나더 레벨, 또다른 스킬이라 이건 일단 논외로 하고 싶구요. 
줄줄줄 스피커가 발표하는데 멍때리다가 다 놓지는 통역사는 없을거고
이런거 혹시 통대에서 훈련하나요? 아니면 통대 입시반에서 하나요?

아마 이게 저의 2023년 커리어 목표중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워낙에 뉴스 정키라서 뉴스는 정말 많이 보고 듣고 합니다. 뉴스 꼭지별로 듣고 이해하고 넘기고 하는 수준이 아니네요 이건. ㅠㅠ
라이브 회의록 작성이 영어공부에 다시 불을 지필 줄이야 ㅋㅋ

혹시 조언해주실 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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