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람이 살아가는 법이 한 가지는 아니지만…

외국에 사는 지인이 서울에 온다고 저희 집에 일주일만 있어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근데 일주일 후에 볼 일이 안 끝났다고 더 있어도 되냐고 그러길래 그러라고 그랬는데 35일 있다가 오늘 갔어요 ㅎㅎ
이 친구는 아는 사람도 많고 오지랍도 넓어서 서울 사는 저보다 지인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어쩌면 사람들이랑 그렇게 쉽게 친해지고 모르는 사람들이랑 이야기도 잘 하고 그런지, 저랑 성격이 너무 달라서 신기하더라고요.
다이어트 한다고 집에서 밥도 잘 안 먹고,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그냥 사와서 같이 먹고 해서 지인이 오래 있다고 별로 스트레스 받는 건 없었는데 시간 관념이 없어서 좀 힘들었어요. 저녁에 내일은 아침에 9시에 나간다고 하면 9시에 일어나요. ㅎㅎ 얘가 한국 전화가 없어서 지인 만나는 사람들한테 다 제 번호 알려줘서 얘가 집에서 나가고 얼마 후에 저한테 전화가 오죠. 왜 안오냐고. 그러면 늦게 나갔다고, 죄송하다고 이야기 하게 되고. 내가 왜 죄송한지 모르겠고~ 이게 매일 매일 반복.
한번은 서울 어디에 짐을 좀 옮길 게 있다고 10시까지 서울대 쪽에 간다고 했는데 9시 50분에 나가더라고요. 저 마포 살아요. 그러더니 갑자기 전화가 오는데 짐 옮긴다고 용달을 빌렸는데 두 군데에 예약을 한 거에요. 한 군데 취소한다고 하고 까먹었대요. 얘는 연락이 안되고(그 와중에 버스 하나 놓쳐서 다음 버스 기다리느라 더 늦었다고 함) 트럭 기사들은 트럭 하나만 필요하다고 했는데 어떤 트럭 쓸거냐고 나한테 계속 전화오고…..환장 대잔치!
어찌 어찌 얘가 도착해서 해결하고 저는 그 와중에 독감에 걸려서 목소리도 안 나오는데 여기저기서 전화오고 미치겠더라고요.

드디어 35일만에 오늘 얘가 집에 가는 날!!!
오후 8시 비행기인데 명동에 놀러 갔다가 집에 4시 반에 왔어요. 길 막힌다고 지하철 타고 공항 간다더니 공항에 늦게 도착해서 겨우 비행기 탔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러더니 비행기 놓칠까봐 와이파이 에그 렌탈한 거 반납 못했다네요. 아우 진짜~ 저보고 전화해서 공항 케이티 주소 알려주면 자기가 미국에서 에그 보내겠다고 해서 전화하니까 코로나 이후로 외국에서 팩키지 바로 못 받는대요. 설상가상 처음 렌탈할 때 자기 해외 카드 안된다고 해서 제 크레딧카드로 등록했네요.
짜증나서 분실신고 하고 90일 안에 반납하면 분실비 환불해 준다니까 일단 나한테 돈 보내고 나중에 환불비 받으면 내가 돌려준다고 했어요.

얘 몇 달 후에 한국으로 아예 이사오는데… 벌써 무섭네요.
항상 허둥지둥 대고 약속 시간 못지키고 하는데 사람들이 얘를 참 좋아해요. 저도 얘가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기본은 착한 사람이고 이야기 잘 들어주고 공감도 잘 하고 해서 그런지 싫지는 않아요.
오히려 짧게 왔다가도 하루 세 끼 다 챙겨야 하고 어디든 같이 다녀주기를 바라는 사람들 보다는 안 힘들었어요.
하지만 저처럼 시간 약속 안 지키면 내 스스로가 스트레스 받고, 미리 계획 세워서 하는 사람은 저런 사람이 너무 신기해요.
근데 얘 주위에 아는 사람들도 엄청 많고 도와주는 사람들도 참 많아요. 사람들이랑 쉽게 친해지고 그래서 부러운 마음도 있었는데 이번에 가까이서 겪어 보니까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 살겠네요. ㅎㅎㅎ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