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정든사람이랑 헤어지는데 위로 부탁드립니다

부모님께서 지병이 있어 몇년 간격으로 차례로 돌아가시고 가족들과 송사에 얽히면서 제 스스로 인간관계에 회의가 들어서 친구들도 피하게 됬어요
친구들을 만나면 제가 신세한탄을 하게 되더라구요 듣기 좋은 꽃노래도 한두번인데 그들에게 피로감을 주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멀어졌죠
가족이라도 딸둘에게는 당연히 말 못하고 남편에게는 흉허물이 되니 더 말 못하는 일들
때로는 여기다 털어놓기도 했으나 제 글 솜씨도 형편없고 그간의 사정을 표현하는데는 한계도 있더군요
그러다가 제가 취미로 일주일에 두번 뭔가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오해하실까봐 미리 밝히는데 저는 50대 아줌마고 선생님은 30대 초반 여자분이십니다
일주일에 두번 만나서 개인교습으로 배우면서 수업시간에 수업외에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정이 들었나봐요
부모님 이혼으로 상처받고 형제들 나이 있어 뿔뿔히 흩어져 살면서 기댈데가 없었던 그 선생님이 어쩌면 딸같기도 조카같기도 했고 그 선생님은 제가 언니 같기도 하고 이모 같기도 하고..서로 그렇게 의지했던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따로 만나거나 하진 않았으나 배우는곳이 집이랑 걸어서 5분거리라 왔다갔다하며 제가 시내 맛집 가면 애들이랑 저희 가족거 사오면서 선생님것도 하나 더 챙기고 주말농장을 잠깐동안 그 선생님이 했었는데 거기서 난 채소들도 저한테 가져다 주고 시골서 올라온 먹거리들 서로 나눠주고 받고 하며 정이 들었죠
그런데 어제 얘기하더군요 그 배우는곳이 없어진다고...해서 선생님도 다른일을 구할지 아니면 다른곳으로 옮길지 인생의 전환점에 온거 같다고...
배우는거야 어디든 다시 가서 배울 수 있고 선생님도 업계 최고 뭐 그런 분은 아니었으나 제가 배움의 슬럼프에 빠졌을때도 할 수 있어요 하며 끌어주셨고 선생님이 학원과의 관계를 힘들어할때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어요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못하는 말 벽을 보며 말하고 동네 식당집 앞에서 키우는 개에게 털어놨는데 사람말을 하면 사람말로 대꾸해주는 사람이 생겨서 좋았어요
부모님 돌아가시고 송사겪으면서 인간관계는 옷에 묻은 먼지 털듯 그렇게 가벼운 관계만 만들자 싶었는데 제가 그 선생님을
만날때 마다 실을 감아 이젠 처음이 어디고 끝이 어딘지 모를 실타래 같이 풀려하면 할 수록 엉켜는것처럼 떨쳐내려고 하면 할수록 눈물만 나네요
매일 지나던 그 학원앞이 별거 아닌길이었는데 그 선생님이랑 친해지고는 눈길이 한번 더 가고 그 건물마저 특별해졌는데 이렇게 또 멀어지네요
어제 그 소식을 들은후 마치 첫사랑이랑 헤어졌던 20대로 돌아가 혼자서 계속 힘들어하고 있어요
그 선생님이 다시 그 일을 이어가건 새로운 출발을 하건 응원해줘야 하는데 제가 마치 어린애처럼 옷자락 붙잡고 가지마세요...할까봐 혼자 마음 다스리고 있는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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