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막 모래바람 속, 남녀의 금지된 사랑 - 영화를 보고


영화 채널에서 ‘잉글리쉬 페이션트’를 봤어요 
미세먼지와 흐림이 뒤섞여 모래바람 이는 사막이 배경인 영화에 딱 어울리는 날씨네요 

개봉된지 25년이 지났으니 내용 얘기한다고 스포라고 뭐랄 분은 없으시겠죠 ㅎㅎ
이미 많이 회자된 영화지만 오늘 처음 보게된건데 남주의 우월하고 흔치않은 외모와 분위기가 매우 치명적!!! @@
랄프 파인즈..
금발마저도 누런 사막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고 애수인지 아련함인지 욕망인지 광기인지 이리저리 섞인 눈빛이 장난 아니고..

뭐 영화를 분석하고 할 능력도 주제도 아니라서 길게 쓸 말은 없지만 인상적인 장면들도 여럿 맘에 남고 감각적인 연출도 맘에 드네요 
하지만 결론은 사막과 랄프 파인즈가 다 한듯한 ㅎㅎ
소유하고 소유당하는걸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남자가 한 유부녀를 사랑하게 된 이후 그 소유욕에 휩싸이는 이야기
사랑과 증오, 삶과 죽음, 음악과 폭탄…. 부조화스러운 것들이 한 곳에 모인 자리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 
마치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



영화 속 인상깊었던 장면이 몇 있는데 

- 전쟁의 폐허 더미 속에서 살면서 부서지고 기울어진 피아노의 먼지를 털고 짧고 소박하게 연주되던 바흐의 ‘골드베르그 변주곡’
폐허 속 선율이라 더 부각되고 더 맘에 꽂히는 듯

- 사랑에 빠진 줄리엣 비노쉬를 킵 상사는 오랜 교회에 데려가 천정 가까이 높이 그려진 거대한 벽화들을 구경시켜주는데… 줄에 매달아 그녀를 천정 높이 올려주고 그녀는 벽화를 코 앞에서 가슴 벅차하며 감상합니다 
바닥에 가까운 전쟁 속 비참한 생활 속에서 지나다가 줄에 달려 하늘 높이 끌어올려질 때 저도 같이 올라가는 듯 
다른게 사랑이 아니여…

- 비행기 추락 후 남주인 랄프 파인즈가 다친 연인을 흰 천에 감싸 안고 동굴로 들어가는데 아직 살아있음에도 시신을 덮는 흰 천같이 보였어요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다시 그녀에게 돌아와서 시신이 된 그녀를 다시 안고 동굴 밖으로 나갈 때 그 겹겹의 흰 천은 시신을 싼 천이 아니라 흰 웨딩드레스처럼 보였어요 
시신을 비행기에 태우고 그녀가 바라던 바람부는 언덕으로 데려가주려고 사막 위를 날아가는데 마치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떠나는듯이 보였네요 



꽤 오래된 영화지만 오래된 느낌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네요 
다이안레인의 아름다움과 심리 연출이 돋보였던 ‘언페이스풀’도 생각나고 
흐린 날에 어울리는 영화 한편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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