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람이 싫어지는 순간

오전에 동네 지인과 코스트코 다녀왔어요.
운전을 못 하는 분이라 코스트코 갈 때마다 같이 가겠냐고
물어보고 제가 데려가곤해요.

세련되거나 매력은 없지만 그냥 무난하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동네 지인인데 수선스럽거나 언행이 경박한것도 아니고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은 제가 살게 몇가지 안되서 핸드 카트 끌고 있었는데
제가 방향을 틀다가 잘못해서 손잡이를 놓쳐
핸드카트가 바닥에 쓰러지며 제일 위에 올려둔 일본식 회덮밥이
바닥에 엎어졌어요.
다행히 뚜껑이 열려 쏟아진건 아니지만 윗면이 바닥으로
팽개쳐졌기에 밥도 한쪽으로 쏠리고 날치알이며 회들이
폭탄맞은것처럼 지저분하게 흩어졌어요.

황급히 주워서 핸드카트에 넣으려는데 지인이 그걸 왜 먹냐며
새걸로 바꿔오겠다는거예요.
내가 잘못해서 엎은거고 먹는데 지장도 없는데 괜찮다고 하니
대번에 "이런거 그냥 먹는게 호구야" 그러면서
기어이 제 회덮밥을 들고 초밥 코너로 가는거예요.

놀라서 쫓아가 괜찮다고 돌려달라고 했는데
이미 엉망이 된 회덮밥 내려놓고 새걸로 집어 카트에 넣어주네요.
"자기처럼 플레이팅 신경 쓰는 사람이 왜 이런걸 먹어"
하면서 자기딴에는 배려한다고 하는데 전 그게 너무 싫었어요.

제가 이렇게 엉망이 된 제품은 남한테 팔지도 못 하는데
나 그냥 먹어도 된다며 다시 바꿔 담았더니
우리가 왜 코스트코 걱정을 해주냐는데 순간 확 질리더라구요.

내가 손해보는거 아니면 남한테 얼마든지 폐를 끼쳐도 괜찮아
내지는 내가 한 행동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질 생각조차
안 하는 미성숙한 인격.

아이가 엮인 관계도 아니고 안 보면 그만인 사이인데
이런걸로 손절하면 노년에 친구 하나 없겠지 싶기도 하고
그런 인간들에게 둘러쌓여 영향 받으며 살 바엔
걍 차라리 혼자 늙는게 낫다 싶기도 하고 참 착잡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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