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중학생 딸 방에서 임신 테스트기가 나왔어요...

요즘 급격하게 부모 말을 안 듣고 밤 열두시 넘어까지 밖에 있거나 외박을 일삼는 경향이 있는 중2 여자 아이입니다.
담배 피는 건 알고 있었구요...
어제 아이 방 바닥에 옷이 수십벌 널부러져 있어서 정리하다가 임신 테스트기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음성이었는데, 음성이 나온 것 외에도 다 쓰고 없는 통을 두개나 더 발견했습니다.
며칠 전에는 옷가게에서 다른 학교 다니는 친구와 함께 옷을 훔치다가 현장에서 적발돼서 경찰이 출동하고, 부모가 경찰서에 가서 아이를 인계받아 왔습니다. 경찰서에서 데리고 나오면서도 (불량한) 친구 만나고 들어가야 한다고 격렬하게 저항을 해서 겨우겨우 데리고 왔어요. 모든 것이 싫고, 죽고 싶고, 자기 인생인 다 끝났다고 합니다...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상상도 못했지만, 임신 테스트기를 발견하고 나니 혹시 이 일과 관련이 있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고, 성폭행을 당했나, 어떤 일이 있었나 걱정이 됩니다.
너가 그럴 리가 없는 아이인데,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을 하게 됐는지, 네 설명을 듣고 싶은 거야, 추운데 집에 가서 밥이라도 먹자, 하고 겨우 달래서 들어왔습니다.
그렇지만 왜 그런 짓을 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물론 제대로 들을 수 없었구요,
벌칙으로 반성문 쓰기, 10일 동안 학교와 골프 레슨 외 외출 금지, 핸드폰 비밀번호 공개, 부모와 위치 공유, 용돈 1주일에 차비만 주는 것 정도로 합의를 했습니다. 
아이에게 핸드폰 비밀번호를 받기 전에 아이가 부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은 10분 동안 지울 수 있게 했는데, 그 사이에 뭘 지웠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중1 때부터 이상한 아이들과 어울려서 먼 지역으로 전학까지 왔는데, 가슴이 무너지네요...
한편으로는 너무 순진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못된 아이...

이 쯤 되면 부모가 아이를 잘못 키웠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부모는 매우 화목하고, 직업 안정적이고, 아이 데리고 미국에도 1년씩 다녀올 수 있었고, 
아이에게 관심 많고, 공부하라고 압박하거나 억압하지 않습니다.
주말에도 아이와 함께 여행을 하거나 봉사활동 가자고 권하지만, 이제는 아이가 원하지 않아서 부부만 가구요.
감히 모범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에게 민주적이고 권위 있는 부모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무력한 부모가 되었습니다.
이제 아이가 잘 크는 것은 고사하고, 이보다 더 나쁜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입니다.
상상도 못하던 일이 벌어진지라 누구한테 말도 못하겠고,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황망하고 막막한 중에 남편과 둘이서만 이야기하면서 막막해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총체적인 난국이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가야 할지... 
여기에라도 쓰고 도움을 청하지 않으면 제가 무너질 것 같아요....

제가 잘 모르겠고 조언을 구하는 부분은,
첫째, 임신 테스트기를 발견했다는 것을 아이에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요? 모르는 척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지만, 행여라도 부모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했다고 또 반발하고 가출할까봐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둘째, 아이가 다 싫다, 내 인생은 끝났다, 이렇게 말한 이유에 대해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물어보는 것이 좋을까요?
셋째, 어떻게 해야 아이를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요? 전학 오고 나서 지난 중간고사까지는 혼자 열심히 공부도 하고, 수학을 제외하고는 모두 90점 이상 성적을 받아 올 정도였습니다.... 

부모로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익명 게시판에 쓰면서도 혹여라도 누군가 알아보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조언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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