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태원 압사사고’ 천재지변 아니다

*뉴스톱 김준일 대표 페북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이미 많은 분들이 의견을 주시고 있지만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페이스북에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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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상됐던 인파, 적은 통제인원
지난해 핼로윈에는 사흘간 20만명이 모였다. 10월 27일 헤럴드경제 보도를 보면 경찰은 올해에는 사흘간 30만명이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3년만에 야외 노마스크 상황을 감안한 거다. 그런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다.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앞서 용산경찰서는 200명 정도를 배치한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배치된 경력은 137명이었다. 9월에 부산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기원’ BTS 콘서트에 5만5000명이 모였는데 당시 부산경찰청은 기동대 8개 중대 등 총 1300명의 경찰인력을 투입했다. 별도로 2700여명이 현장에 추가 배치됐다. 

2. 일방통행을 안했다
이런 행사에서 경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인파 흐름을 통제하는 일이다. 지난해 이태원 핼로윈 행사에도 경찰이 나와서 확성기로 “어서 내려가세요, 골목에 있는 분들 내려가세요 안전하게” “이동하세요” 하면서 쉴새 없이 흐름을 유도했다.
2017년을 비롯해 과거 핼로윈 행사때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길에서는 폴리스라인을 만들고 부분적으로 일방통행을 유도했다. 최소한 주요 골목을 일방통행으로 만들었다면 이런 압사사고는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는 경찰 인력이 부족해서인지, 흐름을 유도하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고 생존자들이 증언한다. 

3. 차도 통제 안 했다
2주 전인 10월 15~16일에 이태원에서 열린 ‘이태원지구촌축제’(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주최, 서울시와 용산구 후원)의 경우 이태원역 메인 도로를 통제한 뒤 도로위에서 각종 행사가 진행됐다. 이태원은 메인 차도가 상대적으로 좁고(왕복4차선), 인도도 매우 좁으며 골목도 모세혈관처럼 이어져있다. 차도를 막아서 인도로 활용했다면 인파 압력이 상당히 해소됐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번엔 해밀턴호텔 뒤편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노점상들이 가득 들어섰다고 한다. 이태원역 메인 도로와 세계음식거리가 가득 차면서 두 길을 연결하는 좁은 골목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4. 지하철역 무정차가 없었다
10월 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때에는 10만명이 몰렸는데 5호선 지하철이 여의도역에서 무정차했다. 2017년 핼로윈때도 이태원역 무정차를 했다고 한다. 지하철역 무정차를 하면 모여드는 인파를 어느 정도 줄이고 지하철역을 포함한 특정 지역에서 인파가 몰리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사고가 난 곳은 해밀턴호텔 골목은 지하철역 1~2번 출구와 지척에 있다. 지하철역 빠져나가는데만 30분 이상 걸렸다고 한다. 

5. 전날 밤 사고 신고가 이어졌다.
28일 금요일 밤에도 인파에 밀려 넘어진 사람들이 여럿이 있다는 신고가 소방서와 경찰로 들어갔다. 이태원은 평소 주말에도 사람이 넘쳐나는 특정골목은 걷기가 힘든 지경이다. 미리 파악을 못했다고 해도 사고 신고가 전날밤에 이어졌다면 용산구와 서울시, 서울경찰청은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런데 용산구청은 자기들이 주최하는 행사가 아니라고 손을 놨고, 서울경찰청과 용산서는 별도의 요청이 없었다고 통제에 나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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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하더라도 매년 관습적으로 있던 행사였다. 지자체는 사전에 계획을 세우고 경찰 소방당국에 협조를 구해야 했으며 유입인구에 따른 동선을 구성해서 안전사고 예방을 했어야 했다. 계획만 잘 짜고 유도만 잘하면 적은 인력으로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일부에서 ‘이태원 압사사고’가 천재지변이었다고 하는 주장을 한다. 천재지변이라 함은 화산이 갑자기 폭발하거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상황 정도를 얘기한다. 이태원 압사사고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다. 10만명이 몰리는 다른 행사만큼만 신경써서 통제했어도 이 정도 사고는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조카같은 아이들이 떼로 죽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난다. 정쟁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책임은 분명히 물어야 한다. 용산구청과 서울경찰청은 이 사고에 1차적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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