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이제 일을 못하려나봐요.

겨우(?)40대초입니다.
겨우라는건.. 젊다는게 아니라
일 그만두고 들어설 나이가 아님에도,
그래서 지금 누구보다 열심히 일해서 입에 풀칠해야하는데
이제...일을 못하려나봐요.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무엇보다 작업기억력 이게 너무 떨어졌어요.
방금전까지 17번일을 하고있었는데
어디까지 했냐고 물어보면 머리가 멍해지면서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요.
10번대 어디 이게 아니라 200번인가? 3000번인가?
아예 감이 없어요.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허풍쟁이나 거짓말쟁이가 되어있어요.
예를 들면 너 커피마셨어? 글쎄~ 너어제마시던데? 거긴얼마야? 글쎄... 한 20만원하나? 기억이 잘... 이런식이거든요.
친구들이 절 과장해서 말하는애,라고 생각하는줄은 몰랐어요. 전 과장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고 생각해서 말한거거든요.
아님 철썩같이 아 나 그 자료봤어~했는데 전혀 다른걸 착각했더라구요. 아! 실수~ 이런게 아니라 귀신이곡할노릇이라고 생각이되죠.
그니까 업무상 실수가 너무 많아졌어요.

넣어야하는데 빼는건 부지기수고 뺐는지 안뺐는지 수시로 확인하는데 그 수시로 확인한 결과가 생각안나요.
보고도 준비된건 어찌어찌하는데 그거 어떻게 진행됐어? 하면 응? 그게 뭐였더라~ 싶고 나중에 자료보고서야 기억나니... 진행이 안돼요. 그 서류를 봤는지 안봤는지조차 생각이안나니깐요.
심지어 왜 그때 그런 의사결정을 내렸는지조차 의문인 일들도 있어요.왜 이랬지 내가? 하구요.

혹시 성인ADHD일까싶어 정신과가서 뇌파검사도 해봤는데
그런건 전혀아니다~라면서
작업을 순서와 역순서를 보여주면 기억해내는 검사가 있었는데,
이 부분 평균보다 훨씬 점수가 낮다. 좀 놀라울만큼 낮은 점수다, 혹시 졸았냐... 하더라구요.

30대초까지만해도 한 꼼꼼해서
너무 실수를 안해서 얄밉다 소릴들었는데...
저한테 맡기면 두 번 손대지않게 한다 소릴들었었는데..
팀의 에이스다 소리도 들었었는데...
어제 오늘 또 실수를 해서 삽질하고; 눈치보이고ㅜㅠ
진짜 더이상 안살아도 좋겠어요.

30대 중반에 엄마가 5천만원을 맡기셔서 대신 은행에 넣어드린적있는데, 엄마가 어디에 넣었냐, 이율이 얼마나? 언제가 만기냐~하시는데... 정말 기억이 전혀안나는거에요. 그때 너무 스스로가 당황스러워서 많이 울었어요. 미친건가? 하면서 스스로가 한심스러운거에요.

지금은...한심이 아니라 그냥 사는게 버거울 지경이에요.
실수안하려는 회사에서도 그렇게 돌아서면 실수인데.
긴장이 풀리는 퇴근 이후의 삶은 아무것도 할수가 없어요.

실수할때마다 자존감은 떨어지고
이 나이먹어 실수해서 남들 눈치나 살피게되고.
한평생 남이야기 관심도 없었는데
동료들이 뭐라고 생각할까, 부담스럽겠다. 이런 생각도 들어요.

돈벌지못하면 그대로 나앉아있는건데....
민폐끼치면서도 안 관두는, 일 못하는 직원이 내가될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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