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흠 저도 20년전에 대학병원 vip들 경험했던 기억

빅3 근무했었어요. 3교대 딱 3년만하고 외래로 내려갔어요.

운이 좋았는데...

대신 외래 여러 과를 돌아다니며 근무를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vip들이 진료 받으러 오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어요.

저희 병원은 의전담당이 따로 있었어요.

그리고 그 담당직원이 외래진료실과 검사실 등을 모시고 다니면서 도와주더라구요.

처음에 생경스럽기도 했고 어린 마음에 좀 짜증 나면서 저 분들은 손이 없나 발이없나 이런 생각도 하기도 했었죠.

아무튼 외래는 대부분 진료보조원들 ( 의외로 간호조무사 자격증 없더라구요)이고 

간호사는 각과에 한명만 배치되다 보니까

그 의전담당 직원이 꼭 저한테 전화로 몇시쯤 누가 갈거다 미리 알려주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도 나이가 어려서 어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별 마음은 안 가졌지만 그래도 신경이 안 쓰일수가 없죠.

그런데 의외로 

대부분 점잖았어요. 

진짜 유명 기업 회장님 사장님 이런 분들 많이 왔고 이분들 가족들도 왔고요..

하나같이 다 괜찮았습니다. 

티비에 나오는 갑질 재벌들 못 봤어요.

그리고 재벌들은 다 세컨두고 와이프은 쇼윈도우 부부같지만

의외로 대기중에 사모님과 장난도 치고 사이 좋은 재벌 회장님도 봤네요.

그외 당시 아주 높은 ( 그리고 뉴스에 당시 꽤 자주 보이던) 공직자분이 주기적으로 오신적이 있는데

이 분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모든 직원들에게 꼭 선생님이라고 호칭하고 진짜 존중하더라구요. 재밌는건 그 비서도 똑같이 우리에게 대했어요.

더 흥미로운건 담당교수님이 나중에 그 분 진짜 존경스럽다고 하셔서

보는 눈은 다 같구나 했네요.

그리고 가끔 진상도 있었어요. 진짜 황당했던건...

병원 홍보팀장이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그리고 저희과 환자중에 남편이 모 신문사 기자래요.

그 기자가 왜 내 아내를  vip대접 안 해주냐고 홍보팀장에게 전화하고 홍보팀장은 저한테 좀 잘 해주라길래

황당해서 뭘 어떻게요??하고 끊은 기억이 나요. 

또 지금도 기억나는 분이 있어요.

당시 외래에 오랜만에 온 환자는 과거 자료를 진료전에 미리 찾아서 

진료를 보거든요. 그래야 과거 상태와 현재를 비교하니까요.

그런데 어 떤 남자 환자분 과거 자료가 애매하게 분실 비슷하게 된거에요.

난리가 났고 열심히 수습하고 있는데

그 환자가 온거에요.

40대 스마트한 사업가 이미지인데( 양아치 스타일 말고요) 바빠보이더라구요.

안그래도 바빠 보이는데 자료 다 찾아질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라고 해야 하나..

 말을 어떻게 하나ㅠㅠ

욕은 내가 다 먹겠구나 하면서..

 사실대로 말을 말을 했는데

얼굴이 일단 굳어요. 

그런데 그 다음 하는 말이...

차분하고 의아스럽게...

" 그런데 그걸 왜 꼭 찾아야 진료를 보죠?

어짜피 다시 할건데..

그냥 오늘 진료보고 다시 싹 검사를 하죠.."

이러는거에요.

사실 이 말이 맞거든요.

오랜만에 온 환자들은 결국 초진처럼 왠만한 검사 다 다시 하거든요.

그리고 바로 진료실 들어가서 진료보고 수납하러 가시더라구요.

제가 그래도 어린나이에 느낀건...

가진것들이 더한다보다는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거였습니다. 물질적인것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요..

이걸 20대후반에 깨달았네요.

최근 많이 읽은 글

(주)한마루 L&C 대표이사 김혜경.
copyright © 2002-2018 82cook.com.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