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20년을 함께 살았는데 같이 슈퍼가면 절대로 짐을 들게 하는 일이 없었어요. 제가 우기면 겨우 한번 들게 했어요.
한번도 맘 상하게 하는 말을 한 적도 없었고.. 제가 필요한 게 무엇인지 저보다 먼저 파악해서 해주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외국에 살면서도 운전도 많이 하지 않았어요.. 항상 남편이 데려오고 데려다 주고...
저나 남편이나 친구도 많지 않고 가족도 없고 자녀도 없어서 그렇게 둘만 바라보고 살다가 남편이 죽고 너무 이상했어요.. 사는 게 너무 비현실 같고 내가 꿈을 꾸나 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으니까요..
남편이 죽고 저는 바로 간호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그냥 꾸역꾸역 억지로 공부하고 실습 나가고 그렇게 살았는데.. 같이 공부하는 학생 중에 이집트에 오신 분이.. 자기는 남편이랑 아들을 사고로 같이 잃었다고 하시더라구요..
본국에서는 의사였는데 거기 있기가 싫어서 딸이랑 같이 이곳으로 이민 왔다고 하시면서 오늘 저를 안아주셨어요..
사람이 죽는 것도 쓸쓸하고 너무 가엽고 아깝고.. 남아 있는 사람도 그냥 그것을 안고 살아가야 하고.. 그분 랩탑에 아들 사진이 배경화면으로 있는데... 평생 그렇게 그리워하면서 사는 마음이 너무 슬퍼져서 조금 울었어요..
사는 게 그냥 다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