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내 인생의 명장면

일전에 제가

내 인생의 명장면 있으신가요? 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올렸었는데

아름다운 댓글들이 많이 달렸었어요.

주옥같은 댓글들 중

아이가 첫 걸음마 하던날 이야기도 기억나고

사랑에 빠졌던 순간에 대한 이야기.

소소한 일상의 평범한 그러나 보석 같은 이야기들.

우리가 위대한 인간이 아니더라도

나는

누군가의

특히 우리 엄마 아빠의 기적일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질문만 던지고 내 이야기는 안 한것 같아

내 인생의 명장면 이야기를 지금 해보려고 해요. 굳이? ㅋㅋㅋ

내 보잘 것 없는 인생에 남겨야할 기록이 딱 하나라면

바로 이 장면이라는 생각을 하면서요.

# 오래된 이야기

3월 ㅡ 나는 대학 새내기로 입학했다.

내가 꿈 꾸었던 대학 생활과는 많이 달랐다.

그 큰 캠퍼스에서 분주히 뭔가를 찾아다녀야 했던 신입생의 대학생활은 생각보다 스트레스가 많았던 것 같다.

스트레스 중에서도 가장 큰 스트레스는

이 캠퍼스에는 미스코리아 합숙 중 탈출했나 싶게 늘씬하고 예쁜 것들이 사방 팔방에 너무도 많이 돌아다니고 있었다는거다.

뚱뚱하고 큰 머리를 가진 나는 그 예쁜 것들이 진심으로 싫었다.

'하나님~제발 저 예쁜 것들이 다 없어지게 해주세요 !'

공허한 나의 기도.

나의 몸뚱이에 딱히 컴플렉스가 있진 않았지만

난 태어날 2세를 위해서

키크고 잘생긴 남자랑 결혼해야 한다고 어릴 때부터 굳게 결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입학 후 얼마되지 않은 날에 대면식에서

우리과 남자 복학생 선배 중 너무 잘생긴 남자를 발견했다.

처음 본 순간 결심했다.

'난 저 남자랑 결혼해야겠다. '

이런 미친 ㅋㅋㅋ

이게 열아홉살 갓 대학 들어온 여자애가 할 생각이었냐고요?

그 선배는 잘생긴 걸로 캠퍼스에서 유명했고

우리과 여자 선배랑 썸을 타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혹자는 썸이 아니라 사귄다고도 했다.


그로부터 한달쯤 지나서 내 생일이었는데

나는 수업을 마치고

늘 같이 다니는 동기들 3명이랑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려고 걸어가고 있었는데 멀리서 그 잘생긴 선배가 걸어오고 있었다.

뚜벅뚜벅 걸어와서

내 앞에 딱 서더니

꽃다발을 내밀었다.

"수정아! 오늘 생일이잖아! "

너무 놀란 나는 고맙다는 말도 싫다는 말도

아무말도 못하고

그 꽃을 받았고

우리는 그 날로부터 5년 뒤에 결혼했다.

그가 내 이름을 어떻게 기억했는지?

내 생일을 어떻게 알았는지?

왜 나에게 꽃을 주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도 모른다.

아무리 물어봐도 아직도 대답을 안해주고 있다.

기억이 안난다.

꽃을 준 남자가 나 아니었을거다. 드립만 반복중이다.

사방에서 데쉬하는 너무 예쁜 여자들에게 신물이 났기 때문이었을까? 라고 혼자 짐작만 해본다.

그가 걸어와서 나에게 꽃을 주던 그 장면이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 어제처럼 선명한 것은

그 순간이 너무도 동화적이었기 때문이다.

너무 현실감이 없자나. ㅋㅋㅋ.

그날 이후의 내 삶은 늘 동화 속인것 같다.

명장면이라고 하기보단 내 인생의 동화라고 해야할 장면.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ㅋㅋㅋ

그래서

잘생긴 남자랑 결혼해서 그 다음은 뭐 어떻게 됐는데?

뒷 이야기는 다음에

ㅡ심심해서 써본 사는 이야기ㅡ 오페라덕후

때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오페라보다 더 오페라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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