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해외살이 15년째

해외에 오래 살다보니 겪게되는 삶의 사이클인지, 나이가 들어가면서 만들어진 것인지 모르겠으나 이렇습니다.

시작은 남편 대기업 주재원으로 따라온거라 아주 여유있고 풍족했습니다.
어쩌다보니 동네의 한국 아줌마들끼리 동맹(?) 같은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져 같이 운동다니고, 매일같이 맛있는거 찾아다니며 점심 먹으러 다니고, 누구집 밥그릇까지 알 정도로 서로가 서로에대해 잘 알고 챙겨주고.. 한 2-3년 그렇게 내 인생에서 가장 여유롭고 재미나게 지냈던거 같아요.
그러다 언니들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누구누구가 싸우게되고 그렇게 해서 동맹은 또 자연스레 사라지게 되었고.

다른동네로 이사오니 또 여기서도 공통점 있는 한국 아줌마들끼리 뭉치게 되고, 지내는 패턴들은 전에 살던곳과 비슷하였습니다.
타지에 살아서인지 한국의 아줌마들끼리 모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구요.

그렇게 5년정도를 보냈을까요. 슬슬 이게 맞나 싶어집니다.
남편도 주재원에서 사업으로 방향을 틀고 하다보니,
저도 뭔가 생산적인게 하고 싶어져서 이즈음부터 한국 아줌마들과의 연락은 대부분 끊고 아이들 학교의 외국인 엄마들과 교류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을 해외에 살면서 그나라 말, 영어조차 제대로 못해간다는게 부끄럽더라구요. 여기에 나이핑계 대는건 더 싫고 해서 악착같이 외국어 실력 향상에 매진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불킥 장면도 여럿 있지만 그땐 정말 얼굴에 철판깔고 적극적으로 사교 했어요.

그렇게 또 2-3년 지내며 그들이 하는 말들도 귀에 잘 들어오기 시작하고, 만남을 갖다보니 가정경제가 여유로운 집들도 엄마들이 일을 하는 경우가 꽤 많더군요. 전 또 거기에 자극을 받고 나도 뭔가 경제적인 일을 해보기로 합니다. 그래서 몇 년 시행착오를 거쳐 지금은 1인 사업으로 왠만한 회사원 월급보다는 많이 벌고 있구요.

대신, 한국엄마들과의 만남은 거의 없어졌습니다.
가끔은 한국사람과의 수다가 그립기도 하나, 그렇게 누군가에게 연락하고 그렇게 또 그룹이 만들어지다보면 내 의지와 다르게 뭉쳐다니게 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지금은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타지에서 외롭게 나이들어가나 싶긴한데 일한 만큼 돈이 모이니 그걸로 어느정도는 위안을 삼아야지 어쩌겠나요.

남편따라 해외에 갓 도착해서 앞으로 몇 년 어떻게 지내야 되나 걱정되시는 분들.. 내 인생에 찾아온 기회일 수도 있으니 계획 잘 짜서 알차게 지내다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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