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지금 금융시장 상황 설명

갑자기 주식시장 폭등하고 원달러 하향 안정되니 궁금해 하시는 분 계신 것 같네요.
결론만 말씀드리면 아무것도 좋은일 하나도 없습니다.

지난주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을 말했어요.
데일리 총재의 의견이 전해진후 미국 주식시장 방향이 급속히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별게 아닙니다.
메리 데일리 총재는 11월 FOMC 투표권도 없는 사람이구요.
투표권 있더라도 원래부터 아주 비둘기 성향이 강한 분입니다.

원래 비둘기꽈인 사람이, 피봇을 시사한 것도 아니고 단지 속도를 좀 늦춰야 한다는 간단한 말을 한거에 시장이 너무 과민반응하고 있는것 아닌가? 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이건 또 아닙니다.

지난번 리즈 트러스와 콰즈 콰르뗑의 역대급 뻘짓으로 영국 금융시장 개판 오분전까지 만들었다가 회복된후 분위기가 많이 살벌해졌어요.

연준의 정책목표는 잘 아시다시피 Dual Mandate 입니다.
즉, 물가안정과 고용안정 유지.
그런데 최근 인플레가 심해지니 고용을 부셔서라도 물가 잡겠다고 나선 것.
인플레가 지금 거의 1년 반 동안 점점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이러다가 기대인플레가 고착화되면 정말 힘들거든요.
영국이 브렉시트와 러-우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로 최악의 경기침체로 들어가고 있어서
리즈 트러스가 최소한의 경기부양을 위해 미약한 수준의 감세와 재정확대 정책을 들고 나왔다가
말을 꺼내기가 무섭게 영국 국채시장 아작이 나고 거기에 LDI 전략으로 레버리지 확대 투자하고 있었던
영국 연기금들 마진콜 당하고 완전 생난리통이었거든요.

영란은행이 신속하게 하루 50억파운드씩 양적긴축 잠시 중단하고 일시적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바람에
그나마 무너져가는 시장을 간신히 산호호흡기 달아 놓았는데요.
이걸보고 사람들이 (주로, 헷지펀드) 그렇다면 미국 국채는 정말 안전해?
이런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 것.

따지고보면 미국채 시장은 영국 국채시장보다 한번 흔들리면 그 여파는 진짜 장난 아니거든요.
어디 한번 따져볼까요?

미국채 금리는 전세계 자본시장의 가격형성의 최초의 제1 원인에 해당하는 준거틀입니다.
가장 안전한 무위험자산인 미국채 금리가 3%라면 여기서부터 전세계 금융자산의 가격이 결정된다는 의미.
그런데 여기서 미국채의 수요/공급 상황을 한번 확인해볼까요?

먼저 공급 측면.
최근 미국 재정적자폭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적자규모 절대액수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여전히 더 높습니다.
여기에 킹달러 현상으로 각국 중앙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고를 헐어서 달러 현찰 마련해서 매도하고
자국 통화를 매수하는 방법으로 좋게 말해서 외환 스무딩, 나쁘게 말해서 외환시장 조작/개입을 합니다.
일본중앙은행이 148엔대에서 강하게 개입에 들어갔다가 150엔 뚫리고 깨갱하고 도망갔다가
153엔대에서 다시 강하게 달러매도-엔매수로 개입들어가니 이번에는 환투기세력이 다시 도망쳐서 140엔대 안착했죠.

그런데 일본중앙은행은 달러현찰을 어떻게 마련했죠?
네, 외환보유고는 상당부분 미국채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걸 팔아야 엔화 매입할 달러 현찰 만들 수 있는 것.
그렇다면 일본 중앙은행같은 비-미국 중앙은행들이 미국채 매도 요인있다는 것이고 이건 미국채 공급 증가 요인.

이뿐인가요. 어머, 무위험자산 미국채 금리가 3-4%라고?
미국 상업은행 예금 금리는 고작 0.1% 인데 내가 머리에 총맞았니? 하면서 미국 상업은행 예금들이 대거 줄어듭니다.
실제로 연준의 미국 상업은행 지급준비금 계좌는 지난번 4.5조달러에서 최근 3조달러로 무려 1.5조나 대거 줄었어요.
이돈이 어디를 갔느냐? 상당부분 머니마켓펀드 (유식한말로 MMF) 로 갑니다.
MMF는 이돈 받아서 미연준이 만들어준 역REPO에 넣어두면 연준에 달러현찰 주는 대신
따끈따끈하게 맛있는 3%대 완전 무위험수익 이자 받을 수 있는 미국채 대신 받아올 수 있거든요.
네, 달러 유동성은 그만큼 시중에서 사라지고 역레포도 받은 미국채는 다시 시장에 풀립니다.

게다가 미 상업은행들은 지준금 줄어든만큼 달러현금 부족해서 미국채 매입할 여력이 줄어듭니다.
미국채 공급은 이렇게 자꾸 늘어만나는데 (1. 미재무부 국채발행 2. 외국 중앙은행 달러 마련하려 미국채 매도 3. 미국 MMF 역레포) 미국채의 주요 매수자인 미국 상업은행들은 미국채에 투자하는만큼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소위 SLR 규제가 있기 때문에 더이상 미국채를 매입할 여력이 없거든요.

이뿐인가요. 사우디는 요즘 미국과 대놓고 각을 세우면서 그 유명한 페트로달러 리사이클링 시스템이 삐걱거리고 있고, 러시아는 그많은 달러 표시 외환보유고가 미국의 규제 한방에 사용할수도 없는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것을 본 미국과 사이 좋지 않은 나라들은 슬금슬금 미국채 매입해봐야 나중에 쓸수도 없게 되는 상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고, 또다른 미구채 매입해줄 거대한 손이었던 중국은 그야말로 보유국채 추가매도만 안해주면 땡큐인 상황.

이판국에 그나마 유일하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일본은행마저 가파른 엔화약세에 부득이하게 미국채 매도해서 달러현찰 마련해서 엔화매수를 해야하는 절박한 상황.

급기야는 지난주 미 재무부 장관 옐런이 미국채시장의 유동성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하기에 이르렀죠.

그렇다고 지금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인상 중단하고 매달 950억달러씩 양적긴축을 중단한다?
지금 불이 붙은 인플레에 석유 끼얹을 일 있습니까?
지금 영국에서 생긴 일 안보셨어요?
경제가 폭망할 지경이라서 최소한의 경기부양을 하려고 돈을 좀 풀려고 하였더니만 아작이 나버린거.
인플레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조금이라도 풀어서 경기 방어하려면 그런 험한 꼴 각오해야 하는데
아직도 Core CPI가 8%대를 넘나들고 있는 이판국에 통화정책 되돌이키면 다 죽는거죠.

그래서.....
금리인상 중단할수도 없고 양적긴축을 중단할수도 없으니
그랬다가는 시장에 연준은 역시 쫄보, 연준 풋 개꿀! 이런 호구잡히는 짓을 해서 그 유명한 stop & go 난장판으로
들어가게 될 수 밖에 없으니....

아주 약하게 다음번 FOMC 투표권도 없고 또 비둘기로 익히 알려진 Mary Daly 샌프란연은 총재 입을 잠시 빌려서
금리인상 속도를 조금은 조절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라는 뻔한 립 서비스를 제공해서 미국채 시장은 안심시키려고 간을 좀 본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 주식시장 투자자들은 여기에 현혹되어서 광란의 폭등을 일으켰다는 말이냐?
아니죠. 연준의 약한 속내가 드디어 확인한 것이죠.
연준의 이중책무인 고용안정과 물가안정보다도 더 근본적인 책무가 하나 더 있거든요.
금.융.안.정.

금융시스템인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기본 전제아래 고용안정도 있고 물가안정도 필요한 것이지
시스템이 아작이 난 상태에서는 다 물거품이 되거든요.
네, 시장은 지금 연준이 코너에 몰렸다고 판단을 한거죠.
금리인상이라는 회초리를 든 선생님인 연준이,
조금만 더 때리면 그냥 확 교실 바깥으로 뛰어내려서 자살해버릴거야~ 이러는 막무가내 아이의 협박에
꼼짝없이 회초리의 수준을 내리고 달래줄 수 밖에 없을 걸? 이라고 생각하면서 수업시간에 조용히 안하고
막 떠들고 있는 상황. 야호, 수업 재미없어, 지겨워, 풍악을 울려라, 주식시장에 지금부터 갈데까지 가보자~
이러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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