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곤로'에 대한 추억

지금 사십대 후반이에요
어린시절 서울 변두리에 살았었구요
주택인데 여러 세대가 같이 살았어요
유치원 다닐 무렵이었던 것 같은데
그당시 부엌은 벽, 바닥이 작은 타일들로 돼 있었구요
엄마가 곤로에 음식해 주시던 생각이 나요
곤로 아시나요? ㅎㅎ
아마 기름 채워서 쓰셨던 것 같은데 맞나요?
곤로 하나밖에 없으니 밥부터 짓고
거기에 계란 세 개 섞은 그릇 하나 더 얹었다가
한공기는 늦게 퇴근하시는 아빠 드시도록
뚜껑 있는 주발에 담아 아랫목에 두고 이불 덮어두고
밥 푸고 남은 누룽지 긁어주시면
언니랑 저랑 남동생이랑 다섯시 반부터 시작하는 티비지만
진작에 틀어서 화면정리 시간부터 틀어놨다가
누룽지 뜯어 먹으면서 만화영화 보고
엄마가 밥이랑 같이 찐 계란찜이랑 저녁밥 먹었었죠
서로 먹겠다고 싸워서 엄마가 젓가락으로
계란찜 그릇에 선을 그어 삼등분 해주셨었어요 ㅎㅎ
무슨 사정이었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언니, 동생 없을 때 그 저녁에
엄마가 평소처럼 밥 푸시고 누룽지를 주셨는데
어린 마음에도 이상하게 맛이 없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보다 많이 부족하던 시절이었지만
따스한 곤로의 추억이에요
물론 할머니의 아궁이와 가마솥과 할머니의 음식들이
더 기억에 남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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