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계획이 많았어요. 최근에 직장일이 너무 바빠서 집안이 엉망이었거던요. 토요일 오전에 맘잡고 쌓인 설거지 하고 빨래 돌리고 청소기 돌리고 냉장고 털어서 볶음밥 해 먹고 날씨 좋으면 가족끼리 어디 산책이라도 가자 그랬어요. 근데 성질 급한 제가 금요일 저녁부터 냉장고 정리겸 파먹기 한다고 혼자 오래된 배달음식을 먹고 식중독에 걸렸어요. 엄청 심하게요.
금요일 밤부터 화장실과 침대를 왔다갔다 하면서 앓고 있는데 남편이 한심하게 보더라고요. 그런걸 왜 먹냐고 미련하다고요. 됐고, 배가 아프니까 약좀 사다 달라고 했더니 한참을 민적거리고 안 가는 거예요. 제발, 하고 부탁했더니 마지못해 나가길래 탈수되면 안 되니까 게*레이도 하나 사오라고 했어요. 나간지 한 시간도 더 돼서 왔는데 자기 과자, 빵, 커피랑 게*레이만 사온 거예요. 약은 어딨냐고 물었더니 까먹었대요. 정말 눈물이 났지만 화내지 않고 부드럽게 배가 너무 아프다고 애걸을 했더니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주말에 심부름을 두번이나 시킨다고 현관문을 쾅 닫고 나갔어요. 치사하지만 그 약 받아 먹고 통증은 서서히 가라앉고 만 이틀 앓아 누웠다가 일요일 오후에 간신히 일어났어요. 주말이 다 가버려서 속상했지만 일어나자마자 빨래부터 돌렸고요.
여전히 몸이 안 좋고 일은 밀려서 월요일에 월차쓰고 집안일 하는데 재택인 남편한테 좀 도와달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네요. 주말에 자기 혼자 일 다했는데 또 시킨다고요. 솔직히 주말에 남편이 한 일은 아이 세끼 챙겨 먹인 거지 먹고 나서 설거지 한번 안 했거던요, 다른 집안일은 물론 손도 안 댔고요. 내가 논 것도 아니고 본의 아니게 아파서 그런건데 자기 자식 밥좀 챙겨먹인 걸가지고 그렇게 생색을 내다니. 단순히 화가나는 게 아니라 깊은 배신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눈물을 꾹참고 그랬어요. 그만한 배탈이었기에 망정이지 내가 암이라도 걸렸으면 당장 이혼하잘 사람이네. 와, 나도 맘 단단히 먹고 대비해야 겠구나. 뭔가 복수해주고 싶어요. 어떻게 할까요. 며칠동안 싫어하는 풀떼기만 밥상에 올릴까요. 남편 옷은 빨아주지 말까요. 아님 남편이 사랑하는 달달구리 간식들을 숨겨놓을까요? 좋은 방법 알고 계신 고수님들의 조언을 기다립니다.